알기 쉬운 미사 전례

[알기 쉬운 미사 전례] 축복 속의 파견

이주연
입력일 2024-06-21 수정일 2024-06-26 발행일 2024-06-30 제 339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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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마침 예식은 공지사항, 인사, 강복, 파견, 퇴장 순으로 진행된다. 신자들은 마지막으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 업적에 대한 감사인 성찬례를 회상하고 하느님과 함께 사랑을 실천하러 세상으로 나아간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50세가 되면, 공자가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서 말한 ‘지천명’(知天命), 곧 하늘의 뜻을 알게 되고, 사제품 25년이 넘으면 당연히 하느님의 영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나이 50세를 넘기고, 서품 은경축을 지내도 당연히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지천명은 지학(志學), 이립(而立), 불혹(不惑)의 단계들을 잘 밟아간 사람들이 이룰 수 있는 경지이지요. 또한 하느님의 영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사제와 교우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날은 하느님 백성의 전례 거행, 특히 성찬의 희생 제사와 성무일도로 성화된다”(「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3항)는 교회 가르침에 따라 전례 거행에 온전하고 의식적이며 능동적으로 참여한 이들에게 이루어지는 일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으로 모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집회를 해산해야 할 때가 옵니다. 미사의 마침 예식은 공지 사항, 인사, 강복, 파견, 퇴장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초세기 마침 예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부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영성체 후에 별도의 예식이 없거나, 있었다면 로마 관습에 따라 사제나 부제가 “가십시오. 파견입니다”(Ite missa est) 하고는 파견했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사제의 강복은 늦게 도입됐습니다. 6~7세기 「로마 예식」 제1권에 의하면, 주교는 제대에서 내려와 개별적으로 강복을 청하는 신자들에게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기를’이라고 했음을 전해줍니다. 10세기경 이 강복이 미사 끝부분에 들어왔지만 적어도 13세기까지는 주교에게만 맡겨져 있었습니다. 현재는 강복 양식이 ‘보통 강복’, ‘장엄 강복’, ‘백성을 위한 기도’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현재의 파견문인 “가십시오. 파견입니다”(Ite missa est)는 「로마 예식」 제1권에 처음으로 등장하며, 강복 전에 행했습니다. 이것 외에도 “가도 좋습니다”, “평화 안에 나아갑시다”(밀라노 전례), “평화로이 가십시오”(동방의 안티오키아 전례; 마르 5,34; 루카 7,50 참조) 등이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교회는 “Ite missa est”를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고 의역해 사용하며, 네 개 양식을 추가 삽입해 놓았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교우들은 잠시 성당에 남아 개별적으로 미사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복음과 성체에 대한 감사 기도를 바치면 좋습니다.

“신자들 각자가 돌아가 선행을 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양하도록 파견”(「로마미사경본 총지침」 90항)되었다는 것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명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파견되었음을 말합니다. 파견된 교우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하느님의 놀라우신 구원 업적에 대한 감사인 성찬례를 회상합니다. 이로써 미사의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를 통해 주님으로부터 양육된 하느님 백성은 이제 그분과 함께 사랑하러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Dilige et fac quod vis)라는 성 아우구스티노(353~430년)의 말씀은 ‘신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그러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파견된 하느님 백성이 미사를 통하여 신의 사랑을 깨닫고 그분을 사랑하여 그분이 원하는 것을 행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또한 이것이 바로 지천명(知天命)이며, 또한 그분의 영을 따르는 삶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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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 그동안 ‘알기 쉬운 미사 전례’를 집필해 주신 윤종식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