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WYD 십자가·성모 이콘 환영의 밤’ 이모저모
11월 29일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을 환영하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일대는 2027년 서울 WYD를 전 세계와 교회 안에 본격적으로 선포하는 기쁨과 기도의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세상 안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희망을 외치는 자리였고, 나라와 인종, 교파를 초월해 평화를 구하는 시간이었다. WYD 십자가·성모 이콘 환영의 밤 이모저모를 정리해 본다.
◎…환영의 밤은 십자가와 이콘의 환영 및 의미를 전달하는 프로그램과 상징물과 함께하는 전례 예식 등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2027년 WYD는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WYD인 만큼 그 취지와 의미를 알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면에서 환영 공연 외에도 WYD의 역사와 상징물이 어떤 내용과 중요성을 띠고 있는지 등을 알리는 내용이 대성당 마당에 게시됐고, 알고 체험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십자가의 길 전례는 십자가가 지닌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이뤄진 복음 선포의 여정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여러 나라 청년 및 신자들과 함께 첫발을 떼는 장면이었다.
◎…행사는 대성당에서 문화관 2층 꼬스트홀로 이어지는 십자가와 이콘 입장 행렬로 막을 올렸다. 가톨릭스카우트 대원들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꼬스트홀 출입문 입구에서 무대 앞까지 장문례 환영을 했다. 양쪽으로 늘어선 대원들은 구호장으로 삼각형 모양 문을 만들어 십자가와 이콘을 지나게 했는데, 이런 장문례는 스카우트 행사에서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의식이다. 행사에는 청소년과 청년, 성인 대원 및 지도자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가톨릭스카우트 담당 이병철(안드레아) 신부는 “서울 WYD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에서 가톨릭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들이 그 환영의 처음을 담당하게 된 것이 기쁘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학교에만 있는 줄 알던 스카우트가 교회 안에서도 활동하고 있음을 드러낸 기회였다”고 밝혔다.
◎…서울 WYD 총괄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환영 공연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하느님께서 생명이 있는 나무를 만드셨지만, 인간이 나무를 죽여서 십자가를 만들고 그 십자가에 다른 사람을 죽였다”며 “하지만 예수님이 그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써 죽음을 이겼고 성모님이 십자가 옆에 동반하심으로써 승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교는 “이는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하느님 사랑은 역동적으로 우리와 함께한다는 걸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요한복음 16장 33절 ‘내가 세상을 이겼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는데, 이걸 쉽게 ‘쫄지 마’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참석자들은 이 주교를 따라 ‘쫄지 마’를 외치기도 했다.
◎…이어진 환영 공연에서는 서울 한남동 국제본당 외국인 공동체,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의 필리핀 공동체와 베트남 공동체 및 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청소년 밴드가 무대를 꾸몄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신자들이 함께한 것은 전 세계 신자들과 청년들이 WYD를 함께 준비한다는 의미를 뜻한다.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40여 명이 합창을 선보인 한남동 외국인 공동체는 <Here I Am Lord>와 <Blest Be the Lord> 등 두 곡을 불렀다. 지휘를 맡은 영국 출신 델라시 오세이(Delasi Osei) 씨는 “두 주 동안 연습했다”며 “WYD 행사에 초대돼 기뻤고, 한국인 신자들과 하나 되는 시간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공동체에서는 율리 레오노르(Yuli Leonor) 씨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Who Am I by Casting Crowns>를 들려줬다. 베트남 공동체는 댄스 공연을, 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청소년 밴드는 생활성가 <축제>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참석자들은 십자가의 길 전례에 앞서 상징물에 대해 알고 체험하는 포스트 프로그램과 간식 제공 시간을 즐겼다. 포스트 프로그램에는 QR코드로 WYD 관련 퀴즈를 푸는 ‘궁금할걸? WYD’, 로고와 함께 사진 남기기 ‘WYD 한컷’, 기도지향 카드를 적는 ‘고리 기도’ 등 다섯 개 포스트가 준비됐다. 고리 기도 판에 소원을 적어 걸은 초등학교 5학년 윤이후(안드레아·서울대교구 대치4동본당) 군은 “하느님 덕분에 사랑과 기쁨을 알고 봉헌할 수 있어서 좋다”며 “2027년 WYD에 무조건 참여해서 신부님이 되고 싶은 꿈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간식 제공은 당초 푸드 트럭을 이용해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서울 지역에 폭설에 이은 강추위가 예고되며 꼬스트홀 만남의 방에서 진행됐다. 피자와 호떡, 붕어빵, 핫도그 등 따뜻한 스낵류와 커피와 유자차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가 제공되어 참석자들은 담소와 더불어 간식을 즐긴 후 2부 전례 예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십자가의 길 전례가 거행된 대성당에는 청년들을 비롯한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1983년 시작한 구원의 특별 희년 이래 청년들에게 전달돼 서울에 온 십자가를 통해 주님의 사랑을 바라보고 주님의 마음에 동참했다. 십자가는 옆으로 뉘어져 손에 손을 거쳐 각 처에 머물렀고, 직접 주례를 맡은 정순택 대주교는 각 처의 신비를 묵상하며 이 시대 젊은이들을 향한 주님의 위로를 청했다.
◎…예수님의 십자가 위 돌아가심을 묵상하는 제12처에서는 모든 이가 십자가를 향해 오른팔을 뻗었다. 십자가 근처 신자들은 십자가에, 그 외 참석자들은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 십자가와 자신을 연결해 보는 순간을 가졌다. 십자가의 길 봉헌 후에는 2027 WYD 로고와 참석자들이 포스트 프로그램 ‘고리 기도’에서 적은 기도지향 봉헌이 있었다. 로고판과 기도지향판은 정순택 대주교를 통해 십자가와 성모님께 봉헌됐다. 이후 떼제기도는 떼제공동체 한국분원 신한열(프란치스코) 수사의 진행으로 봉헌됐다. <찬미하여라> 등 떼제 성가가 클라리넷 등 반주 속에 대성당에 울려 퍼지며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여러 언어로 바쳐졌다.
◎…환영 행사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신자들뿐만 아니라 수원·의정부교구 등 타교구에서 온 청년 신자들도 많았다. 정수진(아가타·수원교구 망포동본당) 씨는 “우리나라에서 WYD가 열리는 것 자체가 기쁘고 감사한데, 본격적인 출발점인 십자가와 이콘 환영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며 “힘들고 고단하게 사는 이 시대 청년들이 행사를 통해 예수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리스도의 희망 속에 잘 살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