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삶의 위기 속 깨달은 ‘행복’ 나누고 싶어 봉사”

이형준
입력일 2025-03-26 09:11:51 수정일 2025-03-26 09:11:51 발행일 2025-03-30 제 343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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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추천포상 국민포장 수상 윤영근 씨
혈혈단신으로 일과 학업 병행…하느님께 받은 은총 감사하며 생활비 아껴 봉사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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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한 윤영근 씨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나를 오히려 봉사의 삶으로 이끌었고, 하느님께서 나의 삶을 바꿔주셨다”고 말했다. 이형준 기자

“저뿐 아니라 가능한 많은 이들이 이웃 사랑을 베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려운 이웃들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삶을 살면 자기 자신의 삶도 하느님께서 바꿔주십니다. 제가 위기를 극복하게 된 것처럼요.”

자원봉사활동 누적 1만5000여 시간으로 3월 14일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추천포상 국민포장을 수상한 퇴직공무원 윤영근(로베르토·수원교구 군포 부곡동본당) 씨는 봉사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윤 씨는 “나보다 잘난 사람과만 비교하면 봉사나 후원하기 어렵다”며 “대중매체에 나오는 소위 잘 사는 1%가 아니라 다수의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바라보면 봉사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 씨가 본격적으로 봉사와 후원의 삶을 산 건 1980년 그가 21살이던 때 창원시 공무원으로 임용되면서부터다. 이후 공직생활 40여 년간 공무원 동료들과 함께 만든 밴드로 없는 시간도 끌어모아 자선 음악회를 열거나 직접 하모니카 공연을 하며 후원을 이어나갔다. 윤 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며 알게 된 건 열악하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음에도 복지정책의 까다로운 요건을 통과하지 못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라며 “공무원 밴드만으로는 어려웠겠지만 공직생활 중 알게 된 여러 음악인들이 도움을 줘 바쁜 가운데에서도 공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내·자녀와 함께 검소하게 생활하며 월급 일부를 매번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으로 쓰고 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차도 없고, 여름에 에어컨도 쓰지 않는다”며 “술도 담배도 하지 않다 보니 멀어진 지인들도 있지만, 그 덕에 이웃사랑에 쓸 여유를 얻었다”고 했다.

“6살 때 어머니가,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아버지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런데 세상은 제가 돈을 벌어서 공부하며 살아남아야 했죠. 우유 배달부터 막걸리, 신문 배달까지 안 해본 게 없었습니다.”

윤 씨가 월급까지 아껴가며 이웃을 돕게 된 이유는 그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난 윤 씨의 어린 시절은 당시 또래들보다도 힘겨웠다. 심지어 청소년 시절 비포장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가다가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고 말았다.

환경을 극복하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이 힘들었다. 윤 씨는 “공무원은 시험만 잘 보면 학력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는 말에 입대해 공부를 병행했고, 전역을 앞두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왔기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신앙생활하며 하느님께 받은 행복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제가 공무원이 되고 또 기회를 얻어 대학원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오랜 기간 봉사하니 받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것을 나누고자 지금도 지역에서 틈틈이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