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임석수 신부 (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8-02-20 수정일 2018-02-21 발행일 2018-02-25 제 308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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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고 따라 오라’는 주님의 부르심

■ 님의 뜻이

“님이 저를 보시기에 아무것도 아니지만 님이 저를 부르시니 기쁘게 따르오리다”

1990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보좌로 부임한 임석수 신부(부산교구 성음악감독·양정본당 주임)는 주임사제가 다른 본당 주임도 겸임하고 있었기에 실질적인 주임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사목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렸던 젊은 신부가 맡기에는 버거운 소임이었다.

“본당 사목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잘하고 싶은데 경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죠. 좋은 신부가 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성체 조배를 하던 중 하느님께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것 같았어요. ‘무엇을 그리 걱정하느냐. 이것은 너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이다. 나를 믿고 따라오너라.’ 그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에 큰 위안을 받았고 자연스레 묵상이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님의 뜻이’라는 곡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제의 고백은 성가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특히 성소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사제의 완성은 서품이 아니라 선종이라 생각합니다. 수단을 입고 무덤에 묻힐 때 완성된다는 의미이지요. 의지가 강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료 사제 중에서도 어느 날 그만두는 분들을 보면 정말 나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사제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마찬가지겠지요. 하느님의 뜻 없이 우리가 어찌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 사랑하고 계시네

“님은 처음부터 영원히 날 사랑하고 계시네 날 사랑하고 계시네”

2013년 안식년을 맞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았다. 그토록 바라던 순례였지만 고통스러웠다. 물집이 너무 심해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순례를 시작한 지 5일쯤 지나면서 발에 물집이 잡혔어요. 너무 심했죠. 신발을 신고 통증이 무감각해질 때까지 제자리걸음을 걸어야 겨우 순례를 나설 수 있었습니다. 절뚝거리며 겨우 계획한 거리를 걸었습니다.”

통증이 심해 다른 이들과 같이 출발해도 항상 마지막에 도착했다. 계속 뒤처지다 보니 홀로 걷는 시간이 많았다. 묵묵히 걷던 도중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쉽게 걸었겠죠. 다른 이들과 대화도 하면서 외롭지 않게 걸어갔겠죠. 그런데 혼자 뒤처져 걷다 보니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햇살에도, 바람에도, 꽃송이에도 위로와 격려를 받았죠.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통해서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어요.”

‘사랑하고 계시네’는 순례를 통한 체험에서 만들어졌다. 홀로 고통과 싸우며 묵묵히 걷고 있는 것 같지만 주님께서는 늘 함께 계시며 사랑하신다는 믿음의 고백인 것이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