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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중추 손상으로 말 못하는 14세 김도영군, 시집 「그림 같은 하루」 발간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08-27 수정일 2019-08-28 발행일 2019-09-01 제 316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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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 시로 전해요”
‘그림 같은 하늘에/구름이 묻혔다/어디로 갔을까?/파란 물이 남은 하늘은/구름이 녹아/더 이쁘다/하늘이 말한다/구름아 나를 닮으렴/나는 너를 닮아갈 테니/그렇게 우리는/그림 같은 하루를 산다’(‘그림 같은 하루’)

시집 「그림 같은 하루」(120쪽/1만1000원/바오로딸)를 펴낸 김도영(14·도미니코)군에게 삶은 하늘에서 본 풍경과 같았다. 구름이 녹은 하늘처럼, 오늘도 가족과 친구와 어우러진 하루를 보낸다는 도영군.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도영군의 시를 통해 그림처럼 펼쳐진다. 뇌전증으로 어려서부터 말이 더뎠던 도영군은 10살 때 추락사고로 언어중추를 다쳐 전혀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도영군에게 시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 상상 속 세계를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캔버스가 됐고, 시 속에서 하늘을 날고, 바람과 친구가 되는가 하면 우리를 안아주러 오신 예수님과 만났다.

학교에서 돌아와 그간의 일을 재잘재잘 털어놓는 여느 아이들과 다른 아들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느리지만 정확하게 종이에 적어 나가는 아들을 엄마는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렇게 귀하게 모인 한 문장 한 문장은 한 편의 시가 됐고, 51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도영군의 엄마 강승희씨는 “도영이가 행동이 느리고 말이 더뎌서 인지 장애가 있는 줄 알았는데, 펜을 손에 쥐어주면 수학문제의 답을 적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적는 것을 보고 지적인 문제라기보다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뒤로 혼자 힘으로 긴 글을 적기 어려운 아들의 손을 잡고 글 쓰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도영군은 그 안에 생명에 대한 소중함, 가족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도영군은 “‘그림 같은 하루’ 시가 가장 마음에 들고, 지금도 그런 하루를 살고 있어요”라며 “함께 어우러져 살다보면 시가 떠오르고 머리에 담고 필요할 때 꺼내 글로 적어요”라고 글을 통해 전했다.

신앙도 도영군의 글에 영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추락사고로 의식이 없었던 도영군은 2주 만에 기적처럼 깨어났고 몸이 회복되자마자 ‘기도’라는 시를 완성했다.

‘… 그동안 고마웠던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도해요/원하시는 게 모두 이루어지도록 기도할게요/기도는 힘이 되는 꿈 꾸기랍니다/그 꿈 같이 꿔요’(‘기도’ 중에서)

예수님에게 ‘안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오셔서 고맙습니다’, 친구들에게 ‘오래오래 친구로 머물자’, 아빠와 엄마에게 ‘나를 사랑해 주셔서 고마워요’라고 시를 통해 전하는 도영군의 고백은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감동을 선사한다.

큰 사고로 힘든 시기를 겪었던 도영군은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도영군은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정확하게 그 답을 전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행복해요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