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사회교리」 222항
누구나 늙는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꾸자
노인빈곤율 높고 복지정책 미비…사회문제 넘어 혐오로도 이어져
노인들의 처지에 대한 이해와 자식들의 사랑이 가장 큰 힘
루치아: 신부님, 저희 할머니가 요새 자꾸 우울하다고 하세요. 젊으셔서는 활동도 많이 하셨는데 나이 드시고서 자신감도 없으시고 같이 있어도 외롭다고 하세요. 왠지 할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나이가 드시면서 얼마나 힘드실까요? 몸도 아프고, 쇠약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할머니께 힘이 돼 드리고 싶어요.
이 신부: 참으로 훌륭합니다!
■ 급격한 고령화의 현주소
이번호부터는 어르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젊음과 청춘, 아름다움과 생동감, 이런 것들을 동경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모두 나이 들고 늙습니다. 2019년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전체인구의 15.5%인 802만691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1960년 2.9%였던 65세 이상 인구가 지금은 15.5% 그리고 2030년에는 25%, 2060년에는 43.9%가 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100세 시대를 넘어 150세 인생이라고 하며 인생 3모작이라고도 합니다.
지자체는 고령화시대에 맞게 맞춤형 정책개발과 예산증액, 다양한 연구사업 등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급속한 고령화는 산업화와 탈가족화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 경제적 빈곤과 노인복지정책 미비 등의 요인과 맞물려 큰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노인혐오라는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도 사용되며 곳곳에 노인관련 시설이 급증했지만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나이듦이 부담스럽고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혐오나 배제의 문화가 돼서는 안 되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그늘이 존재합니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보다 무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노인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높은 노인빈곤율과 실업으로 가난하면 병원조차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곳곳에서 폐지수거를 해야 하고, 허드렛일을 박봉을 대가로 해야 하며 언제 찾아올지 모를 병마(病魔)와 죽음의 공포 속에 계십니다. 더군다나 기술과 문명은 쏜살처럼 발전합니다. 단순히 학습과 노력만으로 그것을 따라잡기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그분들은 분명히 약자입니다.
물론 어르신들에게 요청되는 노력도 있습니다.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시대착오, 독선과 아집, 불통과 분노라는 굴레를 벗어나 세대와 소통하고 노력해야 할 의무입니다. 그러나 수십 년 전에도 그러했고 어느 시대건 노인 문제는 그것에 소홀한 젊은 세대의 책임을 우선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노인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모두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것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십계명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 고령사회에서 시급히 필요한 대안과 인식의 회심
정부주도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안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노인청, 노인부 등의 주무부처 신설과 지역중심의 안전망구축 등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고령화와 노인인구의 급증은 새로운 현상이자 도전이며 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노인과 노인의 처지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체험해 보거나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려니 저도 부끄럽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연세가 있으신데 저도 아들로서 제 도리를 충실히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다 행복하고 싶고 사랑 받고 싶습니다. 우리의 어르신들도 그러합니다. 우리 사회에 시급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친구와 멘토, 응원과 격려도 필요하지만 절실하게 아들과 딸이 필요합니다. 약한 가족을 돌볼 소중한 아들, 딸들 말입니다. 어르신들의 처지를 헤아려 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인들의 존재는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그들은 세대 간 연결고리의 본보기이며 가정과 사회 전체의 행복의 원천이다. “노인들은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삶의 여러 측면들, 곧 인간적 문화적 도덕적 사회적 가치들도 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나 지도자 역할에서도 효과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요약하면, 이것은 노인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생각과 대화, 활동의 차원에서 실제로 그들을 공동 사업의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문제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2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