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위기의 신학교 현황과 대안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2-14 수정일 2023-02-14 발행일 2023-02-19 제 333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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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자 모집 ‘빨간불’, 성소 계발에 공동체 구성원 모두 나서야
올해 청주교구 신학교 입학생 ‘0’
성소 지원자 매년 급격히 줄어
사제서품자 12년간 35% 감소
성소 계발 연구·계획 수립 절실

전국 대신학교 신학생과 입학생 수가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대전가톨릭대학교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올해 전주교구는 사제서품식을 하지 못했다. 사제서품 대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성소자 감소 문제가 지방에 있는 교구에서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전주교구 사제서품자는 2011년 6명에서 2016년 4명, 2021년 2명으로 줄었다. 대전교구에서도 2011년 19명, 2016년 5명에 이어 올해는 3명이 사제가 됐다. 전년대비 서품자 수가 소폭 늘어난 교구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감소하는 추세다. 전국 교구의 사제서품자는 2011년 131명에서 2023년 87명으로, 12년 사이 35% 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소자 감소 현상은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대학 입학생 수 감소와 맥을 같이한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국 대신학교 신학생 수는 2011년 1587명에서 2021년 1137명으로 30%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입학생 수는 223명에서 138명으로,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대신학교 입학생 수를 교구별로 살펴보면 서울대교구 16명, 대구대교구 11명, 광주대교구 2명, 전주교구 6명, 춘천교구 1명, 대전교구 9명, 부산교구 5명, 인천교구 10명(추가모집 중), 수원교구 21명, 원주교구 3명, 마산교구 2명, 안동교구 1명, 제주교구 2명, 의정부교구 4명이다.

마산·전주·제주교구와 광주대교구 신학생이 입학하는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은 입학생이 2013년 24명에서 2023년 13명으로 줄었고, 올해 대전가톨릭대학교는 청주교구 신학생을 받지 못했다. 성소 지원자 감소는 신학대학 폐지라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성소 지원자 부족으로 2019년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이 문을 닫게 돼 부산교구 출신 신학생은 대구가톨릭대학교, 마산교구 출신 신학생은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사제로 양성된다.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 이상규(야고보) 신부는 “청주교구에서 입학생이 없는 것은 대전가톨릭대학교가 생긴 이래로 처음”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지만, 지방교구의 성소자 감소 문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체 가톨릭 신자 수는 2013년 544만2996명에서 2023년 593만8045명으로 증가했지만 사제 수 증가세 정체로 사제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신자 수는 늘어났다. 교구 사제 1인당 평균 신자수는 2011년 1174명에서 2021년 1283명으로 109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구별로 살펴보면 서울대교구는 10년 사이에 272명 증가했고, 광주대교구와 춘천교구도 각각 153명, 120명 늘어났다.

각 교구 성소국은 성소 지원자 감소 원인을 종교와 신앙에 대한 무관심, 현실주의, 세속주의, 미사 참례율 감소, 냉담률 증가, 신앙보다 출세 성공을 우선시하는 가정 신앙 교육 등 여러 요인에서 찾았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원교구 성소국장 이상용(요한 크리소스토모) 신부는 “교구 차원에서 성소 계발에 대한 연구 및 교육 계획이 수립돼야 하고 성소자 매뉴얼 강화, 본당 성소분과의 역할 증대 등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소 계발이 신자 모두의 기본 임무임을 인지하는 의식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 이상규 신부도 “자신을 예수님으로 가득 채우고 걸어가는 여정의 기쁨을 알려주고 동행하는 것이 우리 신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가정과 본당, 교회 안에서의 끊임없는 기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