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기쁨도 나누면 두배 충남대 가톨릭학생회원들 효광원에서 봉사 검정고시 준비로 탈선 청소년들에 꿈 심어 “매주 오시는 선생님들이 너무 기다려져요”
『한때의 잘못으로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린 아이들이죠. 가정과 어른들,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3일 오전. 효광교호직업보도원(원장=김정환, 대전시 동구 낭월동) 2층 강당에 마련된 학습실. 20명 남짓한 학생들과 교사가 칠판을 앞에 두고 마주한 모습이 마치 야학(夜學) 교실을 보는 듯 하다. 『매주 찾아오시는 선생님들이 가장 기다려져요. 저희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것도 고맙지만 마치 형처럼 누나처럼 대해주시는게 너무 편하고 좋아요』
충남대 가톨릭 학생회원들과 효광원 원생들이 인연을 맺은지도 올해로 3년째. 『처음 교구 사회복지국에서 제의가 있었어요.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에게 검정고시 준비를 해줄 봉사자들이 필요하다고요』
뜻있는 회원 몇몇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었고 누룩처럼, 작은 겨자씨처럼 보탬이 되자는 뜻에서 「겨자씨 공부방」이란 이름을 붙였다. 효광교호직업보도원은 지난 84년 문을 연 국내 첫 민간 교호시설. 한때의 탈선으로 낙오했지만 소년원에 가기엔 부적절한 10대 청소년들이 6개월간 직업교육과 인성계발 등 각종 교육을 받는다.
『처음엔 교사들도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비록 검정고시를 준비한다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따라와줄지 사실 부담도 많았거든요』 어려움이 있는만큼 보람도 컸다. 그동안 동아리 회원들도 꾸준히 늘어 지금은 15명의 교사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원생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겨자씨 공부방(회장=전병건)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지만 매년 4월과 8월 실시되는 검정고시를 앞두고는 2~3달 전부터 금.토요일 이틀씩 하루종일 학습이 진행된다. 그만큼 교과목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정성도 남다르다. 검정고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3월 입학시즌과 시험기간이라 교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남들은 여름방학이면 휴식도 하고 아르바이트다 뭐다 해서 시간을 보내지만 저희들은 그때가 오히려 더 바빠요. 마치 저희들이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긴장돼요』
겨자씨 공부방이 시작된 지난 96년과 97년엔 한차례씩 검정고시에 응시했으나 결과는 기대 이하. 그러나 지난해엔 1, 2차에 모두 12명이 전과목 합격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4월 치른 99년 1차 검정고시에선 모두 17명이 응시, 11명이 전과목에 합격했다.
『학생들도 기뻐했지만 무엇보다 저희 교사들이 더 기뻤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요. 아마도 서로가 적응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교육 효과도 좋아진 것 같아요』 효광원을 거쳐간 청소년들이 잊지 않고 편지를 보내줄땐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
『지금까지 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관심과 사랑을 처음 느껴보았다』는 얘기들, 『보잘 것 없는 저희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저도 열심히 살아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읽을때면 교사들의 가슴속엔 감사의 정이 가득 쌓인다.
『작은 사랑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들을 대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체험하는 저희들이 오히려 배우며 살고 있어요』
효광원 김영효(프란치스코) 부원장은 『겨자씨 공부방이야말로 교호시설인 효광원의 성격과 취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활동』이라며 『학생들의 정성과 협조에 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