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통해 알아보는 성 요셉
가톨릭교회는 3월을 ‘성 요셉 성월’로 보낸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3월 19일)이 있는 3월 예수 그리스도의 양부(養父)인 요셉 성인을 특별히 공경한다. 요셉 성인은 의인이며 신앙인의 모범이요, 세계 교회와 한국교회의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1840년대부터 3월을 성 요셉 성월로 지내며 성가정의 자애로운 가장,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의로운 남편 등 요셉 성인의 다양한 면모를 본받으려 노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 ‘보편 교회의 수호자 성 요셉’ 선포 150주년을 맞아 반포한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를 통해 요셉 성인이 어떤 아버지인지 알아본다.
온유하고 다정하며 사랑받는 아버지
요셉 성인은 무엇보다 교회의 구원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사랑받는 아버지이다.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온유하고 다정한 성품 때문이다. 요셉 성인은 삶과 노동으로써 가족들을 위해 온전히 헌신했다. 자신의 가정 안에서 자라나는 예수님을 위해 기꺼이 내어 주는 사랑을 보여 줬다. 요셉 성인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언제나 사랑받는 아버지라는 사실은 그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수도회, 단체와 공동체, 그리고 요셉 성인을 기리고자 하는 많은 전통적 표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교회 역사 안에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를 비롯해 많은 성인·성녀가 요셉 성인에 대한 깊은 신심을 가지고 있던 것 역시 요셉 성인이 사랑받는 아버지였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기도서에는 요셉 성인에게 바치는 기도문이 있고, 전통적으로 요셉 성인을 기리는 3월에는 특별히 요셉 성인에게 자주 기도를 바친다.
요셉 성인은 아기 예수님에게는 언제나 온유하고 다정한 아버지였다.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가는’(루카 2,52) 예수님을 날마다 지켜본 아버지가 요셉 성인이다.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하신 그대로 요셉 성인은 예수님께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팔로 안아 줬다. 그는 어린 예수님의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는 다정한 아버지였다. 예수님은 양부 요셉에게서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을 보고 자랄 수 있었다. 요셉 성인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은 그분께서 우리의 두려움, 약점, 나약함 안에서도 일하신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순종하고 수용하는 아버지
요셉 성인은 언제나 하느님께 순종했고 하느님의 뜻을 수용하는 아버지였다. 마리아의 신비한 잉태로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요셉 성인은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했지만(마태 1,19 참조) 꿈에 나타난 천사의 말을 듣고 바로 응답했다. 요셉 성인은 순종함으로써 자신이 놓여 있는 극적인 상황을 헤치고 마리아를 구할 수 있었다.
또한 두 번째 꿈에 나타난 천사가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마태 2,13)라고 말하자 주저하지 않고 천사의 말에 순종했다. 이집트에서는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천사의 말이 있을 때까지 인내하며 믿음을 가지고 기다렸다. 세 번째 꿈에 나타난 천사의 말을 듣고서야 역시 순종하며 아기 예수님과 마리아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갔다.(마태 2,21 참조)
요셉 성인이 아무런 조건 없이 마리아를 받아들이고 천사가 전해 준 말을 믿었던 것은 수용하는 아버지의 성품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벌어지는 일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때, 첫 반응은 낙담과 저항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셉 성인은 순리에 따라 일이 이뤄지도록 자기 생각은 제쳐 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수용하고 자기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요셉은 수용하고 화해할 줄 알았기 때문에 더 큰 역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수동적으로 굴복한 사람이 아니라, 용기 있게 굳건한 의지로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이었다. 모순과 좌절, 낙담이 존재할지라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필요한 힘을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분은 오직 주님뿐이라는 믿음을 지녔던 인물이 요셉 성인이다.
요셉 성인은 손쉽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지 않았고 열린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을 수용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짊어졌다. 성인이 수용하고 순종했던 자세는 우리에게 다른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환대하며, 약한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라고 권유한다.
용기 있고 노동하는 아버지
요셉 성인은 온유하고 다정하면서 순종하고 수용하는 아버지였지만 창의적 용기도 지니고 있었다. 마리아가 베들레헴에서 해산할 만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외양간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그곳을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을 따뜻하게 맞이할 장소로 바꾸었다.(루카 2,6-7 참조) 헤로데가 아기들을 죽이려 하는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요셉 성인은 꿈에서 아기를 보호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밤중에 일어나 이집트로 떠날 채비를 했다.(마태 2,13-14 참조) 이 말씀은 언제나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었던 요셉 성인의 창의적 용기와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는 진리를 보여 준다.
마리아와 요셉 성인, 아기 예수님이 이집트에서 머물렀던 동안에 대해 성경에는 언급돼 있지 않지만, 요셉 성인은 다른 모든 가정처럼 역경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현질적인 문제를 헤쳐 나갔을 것이라고 「아버지의 마음으로」는 밝히고 있다. 요셉 성인이 교회의 수호자가 된 이유도 그의 용기에서 찾을 수 있으며, 마리아의 모성이 교회의 모성에 반영된 것과 마찬가지로, 요셉 성인은 끊임없이 교회를 보호하고 있다.
요셉 성인은 세상 속에서는 목수로 정직하게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다. 예수님은 자기 노동의 결실로 양식을 얻는다는 것의 가치와 고귀함, 기쁨을 요셉 성인에게 배웠다. 노동이 시급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요셉 성인은 노동의 수호자로서 노동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요셉 성인의 노동은 몸소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노동을 경시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어떤 젊은이에게도, 어떤 가정에도 노동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요셉 성인은 전하고 있다.
요셉 성인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기 예수를 양육한 가장이었지만 ‘그림자’ 같은 존재로 살았던 그의 면모도 기억해야 한다. 요셉 성인은 가정 안에서 자신 대신 마리아와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두었다. 모든 자녀는 자유를 존중하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때 특별한 신비를 드러낸다는 것을 성인은 알려 주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