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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일치 넘어 한반도와 세계 평화 위해 기도”

이승훈
입력일 2024-12-13 수정일 2024-12-17 발행일 2024-12-25 제 342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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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그리스도인 일치순례(하)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일치’를 나누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김종생 목사, 이하 신앙과직제)는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로마 교황청, 스위스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 튀르키예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청 등지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순례’(이하 일치순례)를 진행했다. 두 번째 특집에서는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의 여정을 소개한다.

■ 모든 교회가 일치했던 곳, 콘스탄티노폴리스

유럽과 아시아,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도시, 튀르키예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중세 그리스어로 ‘도시’라는 뜻에서 온 말이다. 너무도 크게 융성한 도시였기에, ‘도시’라는 말자체가 곧 이곳을 지칭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스탄불은 ‘도시’로 불리기 전부터 불리던 이름이 있다. 이곳이 330년 로마 제국의 새 수도, ‘새로운 로마’로 세워지면서 붙여진 이름, ‘콘스탄티노폴리스’다.

가톨릭교회을 비롯해 정교회와 성공회, 장로회, 루터교 등 개신교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완성한 공의회가 열린 곳이 이곳 콘스탄티노폴리스다. 또한 7차례의 보편 공의회 중 3번이 이곳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에서 열렸다. 나머지 4차례의 공의회도 이곳과 가까운 니케아와 칼케돈에서, 그리고 이곳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튀르키예에 있는 에페소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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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년 완공 이후 1000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던 성 소피아 대성당. 1453년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개조됐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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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피아 대성당 내부. 황금빛 모자이크가 가득한 성당이었으나 모스크로 사용되면서 이슬람 교리에 따라 모두 회칠로 덮어버렸다. 이승훈 기자

아직 교회가 동방과 서방으로, 가톨릭과 개신교으로 나뉘기 전, 모든 교회가 일치해 시노드를 열었던 곳. 한국의 그리스도교 교단 대표들이 일치순례를 떠나며 마지막 여정으로 찾은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세계의 모든 교회가 일치했던 역사를 품은 곳이었다. 11월 30일~12월 2일 이스탄불, 바로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방문한 순례단은 이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총대주교좌성당이었던 성 소피아 대성당을 순례했다.

교회 나뉘기 전 시노드 열렸던 곳
지금은 세계 정교회의 중심지
총대주교에게 평화서한·선물 전달
총대주교좌 성당에서 예배도 봉헌

제1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와 칼케돈 공의회는 교령을 통해 성 안드레아 사도가 첫 주교로 사목한 이 콘스탄티노폴리스에 로마에 준하는 특권을 부여하면서 콘스탄티노폴리스 주교좌는 특별한 위상을 지녀왔다. 그리고 그 위상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성 소피아 대성당이다. 537년 완공된 성 소피아 대성당은 건축 당시부터 자그마치 1000년 간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고, 서방과 동방으로 교회가 갈라진 이후로는 동방교회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1453년 동로마제국이 오스만군에게 멸망하면서 성 소피아 대성당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개조됐고, 1934년 박물관으로 사용됐다가 2020년부터 다시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 성당이 모스크로 되면서 성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천장을 가득 메운 황금빛 모자이크 성화들을 모두 회칠로 덮어버렸고, 제단의 방향도 예루살렘을 향했던 기존 방향에서 이슬람 성지인 메카 방향으로 비스듬히 개조했다.

순례단은 비록 모스크로 변하기는 했지만, 일부 복원된 모자이크와 성당의 건축을 살피며 모든 교회가 함께 기도하던 당시의 성 소피아 대성당의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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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성 게르기오스 성당에서 한국그리스도인 일치순례 순례단이 정교회 예배에 참례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 함께 기도하며 일치를 나누다

순례단은 12월 1일 주일을 맞아 오늘날 세계 정교회의 중심이자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좌 성당인 성 게르기오스 성당에서 함께 기도했다.

순례단은 정교회의 주일 성만찬 예배를 함께 참례하면서 같은 예수님을 믿은 신자들로서 기도했다. 가톨릭교회의 미사처럼 기도와 성경을 봉독, 성찬례 순으로 진행되는 정교회의 예배는 모든 기도를 음률에 맞춰 선창과 후창으로 주고받으며 2~3시간에 걸쳐 이어진다. 비록 성사교류가 불가능해 순례단은 성찬례 중 성체성혈을 모시지는 못했지만, 예배 끝에 성체성혈을 모시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눠주는 축복받은 빵을 받을 수 있었다.

예배에 참례한 이용훈 주교는 “대림시기 첫 주간 주일에 정말 거룩하고 엄숙하고 장엄한 정교회의 전례에 참례해 순례단 모두가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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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교구청에서 한국그리스도인 일치순례 순례단이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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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교구청에서 이용훈 주교와 김종생 목사가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에게 평화서한과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순례단은 예배를 마치고 콘스탄티노폴리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를 알현해 ‘지역 교회의 우주적 연계와 평화의 수행자’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제정한 신앙고백은 이곳(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완성됐고, 내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이 공의회의 170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기로 했다”고 설명하면서 “옛 로마(바티칸)에서 새로운 로마(콘스탄티노폴리스)까지 여정을 이어온 신앙과직제의 일치순례가 수백 년 전 이 땅에서 교부들이 교회의 일치를 추구했던 그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순례단은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세계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일치된 노력, 그리고 특별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심에 관해 이야기 했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러시아 정교회가 전쟁에 동조하는 태도를 두고 “종교를 모욕하는 이단적인 모습”이라고 지탄하면서 “저희도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중재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교회는 전혀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훈 주교와 김종생 목사는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에게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계교회협의회 제리 필레이 총무에게 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요청하는 평화서한과 선물을 전달했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지금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해 많은 북한 군인들이 전사하고 있는 것을 봤고,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종교이든 젊은이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청은 항상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할 것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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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성 게르기오스 성당에서 한국그리스도인 일치순례 순례단이 정교회 예배에 참례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