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목은 본질적으로 성소의 차원을 지니며, 이 안에서 그 기원과 완성을 찾습니다. 이는 창조된 존재로서 인간이 지닌 선함과 그 안에 이미 새겨진 은총과 구원의 표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도록 돕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즉, 교회는 ‘육화하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셨음을 받아들이는 여정에 동반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를(루카 24,13-35 참조) 강조하시며, 이를 청(소)년 사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모범으로 제안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예루살렘과 공동체에서 멀어지고 있는 두 제자와 함께 걸으십니다.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같은 길을 걸으며, 그들에게 질문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시고, 그들이 겪고 있는 일을 깨닫도록 도와주십니다. 그 후, 애정과 힘을 담아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시고, 그들이 경험한 사건을 성경의 빛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또한, 해가 저물 무렵 그들이 청하는 대로 함께 머무르시며, 그들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들의 마음은 뜨거워지고 정신은 밝아집니다. 그리고 빵을 떼어 나누는 순간, 그들의 눈이 열립니다. 그러자 두 제자는 스스로 머뭇거림 없이 방향을 바꾸어,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체험을 나누기로 결심합니다.”
이 말씀은 두 여행자가 자신들이 겪은 사건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갈망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과 함께 길을 걸으시는 예수님의 태도가 주목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인내심으로 들어주시고, 단호하게 그들의 마음을 여시며, 세심한 배려로 그들을 먹이시고, 열정으로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조용히 그들을 떠나시며,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지만, 사실은 그들 안에 숨으셨습니다.
엠마오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파견 명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 제자가 스스로 선택하여 예루살렘, 즉 공동체의 중심으로 돌아가 복음의 기쁨을 전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부름”받은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모든 젊은이와 함께 길을 걸으며, 그들의 기대를 받아들이시고, 때로는 실망스러울지라도, 그들의 희망을 품어 주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걸으시고, 경청하시며, 함께 나누십니다.
함께 걷는 이 여정 자체가 이미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현존하는 표징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가는’ 사목의 의미이며, 본질적으로 젊은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글 _ 박상일 대건 안드레아 신부(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수원교구대회 준비위원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