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국 외방 선교회 50년 발자취 1981년 해외 선교 사제 첫 파견…현재 9개 국가에서 87명 활동 중
1975년 2월 26일,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외방 선교회(총장 정두영 보나벤투라 신부) 설립이 인준됐다. 1784년 한반도에서 천주교가 시작된 이래 파리 외방 전교회를 비롯한 해외 선교사들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하던 ‘받는 교회’가 ‘나누는 교회’로 성장하게 된 첫걸음이었다. 한국 외방 선교회 설립 50주년을 맞아, 교회의 가장 근본적 과업인 세계 복음화에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한 선교회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 한국사회 격동의 시기, 역설적으로 선교를 외치다
“죽음과 희생을 무릅쓰고 도와준 외국 선교사들 덕분에 지금의 한국교회가 있습니다.”
부산교구장 은퇴 후 찾아간 유럽에서 정작 성직자가 부족해져 가는 현실을 목격하고 한국 외방 선교회 설립을 결심한 선교회 초대 총재 고(故) 최재선(요한 사도) 주교가 한국에 돌아와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강조했다는 말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성장한 한국교회를 되돌아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답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교회 설립에 대한 교회 장상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국교회 현실상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성소자 발굴, 경제적 지원 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최 주교는 한국 외방 선교회의 시작이 사제성소를 증가시켜 교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주교의 뚝심은 장상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여러 차례의 주교회의 논의 끝에 1975년 2월 26일 춘계 정기총회에서 ‘감사와 보은’이라는 정신에 따라 한국교회가 설립한 최초의 해외 선교 전문 공동체 ‘한국 외방 선교회’가 인준받았다. 이처럼 선교회 설립은 한국교회에 크나큰 도전이었다.
■ 한국교회 최초로 해외에 선교사를 파견하다
선교회는 설립 직후 성소자 발굴과 후원회원 모집에 힘을 쏟았다. 초대 총재 최 주교도 전국 본당을 발로 뛰어다니며 선교회 존재를 알렸다. 1976년 16명의 신학생이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했다.
선교회 유지와 성장을 위한 후원회 모집도 중요했다. 최 주교는 신자들에게 “과거 200년간 우리가 외국 선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보답할 때”라고 후원을 독려했다. 후원회가 선교사제들을 지원하고 신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것은 선교회의 든든한 기반이다. 후원회 설립 후 막막하기만 했던 선교회의 기반이 조금씩 다져졌다.
첫 선교지를 물색하던 선교회는 마침내 1981년 5월 선교사가 절실했던 파푸아뉴기니 마당대교구와 연결, 같은 해 11월 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한국교회 최초의 해외선교사 파견미사가 거행됐다.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과정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한국교회가 젊은 사제들을 해외에 파견할 만큼의 역동성을 지녔다는 표지이기도 했다.
■ 온 세상 복음화를 위한 공동체, ‘밖으로 나가라’
선교회는 파푸아뉴기니를 시작으로 1990년 대만 신주교구, 1996년 중국 홍콩교구, 2001년 캄보디아 깜퐁참지목구에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교구 협력사제들도 선교회 소속으로 그 정신에 따라 다양한 문화, 다양한 국가에 복음을 전파했다. 또한 평신도 선교사도 양성해 파견하며 복음화 사명이 사제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천했다.
한국교회 성장과 더불어 선교회는 특히 아시아의 열악한 지역 복음화에 앞장섰다. 2001년 파견했던 러시아에서는 현지 정책 문제로 7년 만인 2008년 철수하는 아픔도 있었다. 이제는 필리핀, 태국, 모잠비크, 미국 그리고 가장 최근 파견하기 시작한 멕시코까지 현재 87명의 선교사가 9개 국가에서 활동한다. 그 사이 서울대교구가 2011년 선교회를 교구 설립 사도생활단으로 인준했고, 2015년에는 교황청이 선교회 본회의 회헌과 활동을 인준했다.
지난 50년간 여정으로 선교회는 설립 초기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교회의 체질을 바꿨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인 선교사’는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됐다.
선교회는 50주년 표어로 ‘밖으로 나가라’를 정했다. 전 세계 복음화를 지향하는 선교회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제 2020년대 들어 급감하는 사제성소와 종교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극복해 교회의 선교 사명을 재확인하고 시대에 발맞출 미래를 준비한다.
“103위 성인의 순교로 신앙을 이 땅에 빛나게 하셨으니 감사하오며, 저희 모두가 그들의 신앙과 순교정신을 본받아 복음 전파에 전념함으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모든 민족들 안에서 퍼져나가게 하소서.”(한국 외방 선교회 기도문 참조)
■ 인터뷰 - 한국 외방 선교회 총장 정두영 신부
“반세기 활동 이어온 건 후원 회원 덕분”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잊어버린 교회가 됩니다. 한국 외방 선교회의 존재가 한국교회에서 중요한 이유이며, 우리 자신만 바라보던 교회가 전 세계로 시선을 전환한 것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한국 외방 선교회 총장 정두영(보나벤투라) 신부는 선교회의 역할에 대해 위와 같이 평가했다. 정 신부는 “지난 50년간 한국교회는 우리만의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 열악한 상황에 놓인 선교지로 시선을 확장하는 데 선교회가 중점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선교하는 교회가 됐다는 것은 교회의 기본 정신이자 사명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신부는 50년을 맞이한 선교회의 미래에는 “선교회 사제만이 아니라 교구 사제, 더 나아가 평신도들도 다 함께 선교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분명하게 자기 자신을 ‘순례하는 나그네’라고 규정한 것처럼 선교의 사명은 특정 누군가에게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선교회는 이미 교구 협력사제를 선교회 소속으로 파견해 오고 있으며 선교회 후원회원들이 자신의 후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도록 직접 보여주는 선교지 체험 프로그램도 매년 진행하고 있다. 모두 선교 사명이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드러낸다.
2010년대 이후로 성소자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은 지나온 50년 그 이상의 미래를 준비하는 선교회에게도 큰 과제다. 정 신부는 “사제 성소자 발굴도 중요하지만, 우선 평신도 선교사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선교 현장에는 미사 외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사제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하기에 평신도 선교사의 역할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정 신부는 마지막으로 “선교회 공동체가 지금까지 지탱해 온 것은 물심양면으로 활동을 도운 후원회원들의 정성 덕분”이라며 “50주년을 맞아 선교 가족이기도 한 후원회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사제, 평신도 모두로 구성된 저희 선교회 가족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곧 쇄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회 가족 모두의 노력으로 일궈갈 앞으로의 50년은 하느님이 원하신다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