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교구 청언본당에서 15년간 봉사한 우향숙 수어 통역사 수어 통역하며 미사 참례 도와…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도 활동
인천교구의 듣고 말할 수 없는 농아(聾啞)들을 위한 속인(屬人) 본당인 청언본당 봉사자로 15년간 꾸준히 함께하는 청인(들을 수 있는 사람) 봉사자가 있다. 우향숙(미카엘라) 수어 통역사다.
그는 본당의 전신인 농아선교회부터 봉사를 시작해 2011년 본당 설립 후 지금까지 성당에서 수어 통역 봉사, 미사 후 농인들의 점심식사 준비 등 봉사하고 있다.
우 통역사는 지역 수어통역센터에서 평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긴급 수어 통역 근무를 하면서도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그는 “농아인과 청인 사이 소통에 작은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우 통역사는 중증 뇌 병변과 청각장애를 앓는 한 학생과 그 어머니를 비행기에서 만나면서 수어를 배울 결심을 했다. 때는 1988년, 전국이 올림픽 개최로 들뜬 때였지만 모자는 그렇지 못했다. 학생은 국내 명문대에 합격했으나 농아인을 위한 학업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입학을 취소당해 부득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존중받지 못하는 것만큼 아픈 건 없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호언장담’하며 2005년 수어 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막상 실전 수어는 배운 수어와 많이 달라 장롱 자격증이 되려나 싶었었다. 그때 우 통역사는 “농아인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신앙생활도 함께할 수 있다”는 동기 통역사의 권유로 교구 농아선교회 일원이 되고, 청언성당이 세워지면서 그곳에서 농아인들과 주일미사를 바치게 됐다.
우 통역사는 “신앙생활까지 농아인들과 밀접하게 함께하면서, 농아인들이 사회에서뿐 아니라 청인 중심의 교회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깊이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주교는 아직 수어 성경 영상이 없어요. 또 수어로 현장 진행되는 신앙 교육이 없는 건 우리 교구만의 일은 아니죠. 농아인들은 수어를 모어로 하기에 국어가 외국어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수어 없는 드라마는 그림책 보듯 봐야 하고, 관공서도 병원도 선뜻 혼자 못 가는 농아인이 많은데, 심지어 신앙생활에서조차 느껴왔을 그 소외감을 누가 감히 형용할 수 있겠어요.”
사회복지 공부를 마치고 2019년부터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활동 중인 우 통역사는 “농아인더러 ‘읽거나 말은 할 수 있죠?’라는 등 이해가 부족한 청인이 아직 많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영어를 배웠어도 못 읽는 문장이 많듯, 농아인들이 글은 읽어도 내용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역지사지로 헤아리길 바란다”면서 “교회에서부터 농아인들에 대한 역지사지의 태도를 조금 더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인은 전국 어디에서든 미사에 참례할 수 있지만, 농아인들은 수어 미사가 봉헌되는 곳을 찾아야만 제대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답니다. 당장 수어 성경 영상까지 나올 수는 없더라도, 일상에서부터 농아인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싹튼다면 교회도 더 좋게 변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우선 ‘돕다’, ‘아프다’, ‘경찰’, ‘화장실’처럼 위기 상황 및 실생활에 쓰일 수어 몇 가지만 알아둔다면 어떨까요? 저 역시 농아인에 대한 인식개선, 소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테니까요.”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