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성당’은 파손됐어도, 승진‘본당’은 굳건합니다”

박주현
입력일 2025-03-18 13:36:43 수정일 2025-03-19 09:42:13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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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군종교구 육군 승진본당 오폭 사고 후 주일미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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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구 육군 승진본당 장병들과 군 가족들 등 신자들이 3월 16일 포천 민군상생복지센터 창의공간에서 열린 본당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본당 신자들은 6일 공군 전투기의 포천 민가 오폭 사고로 성당이 파손된 후 지난 9일부터 이곳에서 주일미사를 바치고 있다. 박주현 기자

“‘성당’은 파손됐지만, 승진‘본당’은 잠시 다른 장소에서 굳건하게 함께하고 있습니다. 본당 공동체를 지켜주시는 병사들과 군 가족들에게 우리 군종교구와 군종후원회는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꽃샘추위에 보슬비까지 내린 3월 16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포천 민군상생복지센터 창의공간에서 군종교구 육군 승진본당(주임 김문강 크리스토폴 신부) 사순 제2주일 미사가 봉헌됐다. 

민군상생복지센터에서 미사 봉헌…세례식도 열려
군종후원회 회장단, 현장 방문해 장병·신자 위문

6일 공군 전투기의 포천 민가 오폭으로 성당이 크게 파손되고 주임신부도 부상으로 입원했지만, 본당 공동체는 지난주부터 교구 총대리 이응석(요셉) 신부 주례로 이곳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서는 장병 1명이 세례받는 경사가 있었다. 신자들은 장병의 입교를 축하하며 다 같이 박수를 보내고, 한목소리로 세례 서약을 갱신했다. 미사에는 장병들과 군 가족 등 60여명이 참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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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포천 민군상생복지센터 창의공간에서 열린 군종교구 육군 승진본당 주일미사에서 교구 총대리 이응석 신부(왼쪽)와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전담 홍성학 신부가 본당 장병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박주현 기자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본당 신자들이 피해의 아픔을 딛고 공동체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교구 평신도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회장 이병지 프란치스코) 회장단과 군종후원회 전담 홍성학 신부(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제11 강남지구장)도 함께해 장병과 신자들을 위문했다. 후원회는 본당과 공소 신자들을 위한 위문품도 전달했다.

홍 신부는 미사 후 친교의 자리에서 “우리 삶에는 ‘폭탄’으로 비유될 수 있는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럴 때마다 주님을 찾고 그분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 성당에서 기다리고 계심을, 또 그런 그분처럼 우리 군종후원회도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위로했다.

이응석 신부는 강론에서 “때로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일의 시작이자 마지막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면 우리는 언젠가 이날 복음 속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처럼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본당 신자 신종욱(프란치스코) 소령은 “오폭 사고 후 성당에 들어갔는데 십자가가 온전한 것을 보며 ‘그래도 하느님께서 많이 지켜주셨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우리 김 신부님은 항상 씩씩했던 분이니만큼 잘 극복하고 돌아오시리라 믿는다”며 “우리들도 신부님을 기다리며 평소와 같이 친교를 이루고 신앙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교구는 군 당국에서 피해를 복구하고 주임사제가 회복할 때까지 장병들이 일상적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사목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교구 사제단은 본당 및 본당 관할 공소 2곳의 주일미사 봉헌을 맡고 있다. 매주 본당과 전격공소 주일미사는 이응석 신부가, 철마공소 주일미사는 국방부 군종정책과 유한석(베드로) 신부가 주례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