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3대 교구장 김창렬 주교 백수 감사 미사 봉헌…"교구의 큰 어르신이자 영적 스승…영육간 건강 기원"
“아무리 거창한 미사나 행사라도 꼭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어요.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 정말 진이 빠지도록, 여한이 없도록 그분께 찬미를 드리는 것이에요.”
2월 22일 제주교구 3대 교구장 김창렬(바오로) 주교의 백수(白壽) 감사 미사가 봉헌된 주교좌중앙성당. 두 시간여 열린 미사와 축하식 내내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김창렬 주교가 마이크를 잡았다. 100세를 앞둔 고령이 믿기지 않는 힘찬 목소리로 예수님의 거룩한 이름 부르며 찬양하자고 청했다.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들이 화답했다. 교구 연합성가대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공연에 맞춰 ‘예수’, ‘아멘’, ‘알렐루야’를 차례로 외치며 축가를 함께 불렀다. 김 주교도 일어나 두 팔을 흔들며 찬양에 함께했다. 김 주교가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소원, 초교구적으로 예수님의 이름을 한목소리로 장엄하게 불러봤으면 한다는 희망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성당을 가득 메운 700여 명의 미사 참례자들은 목자의 생애를 통해 섭리하고 보여주신 하느님의 지극한 자비와 사랑에 대해 감사하며, 교구의 큰 어른이자 영적 스승인 김 주교의 영육 간 건강을 돌봐주실 것을 기도했다.
감사미사를 주례한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주교님께서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여정 속에서 교구의 든든한 목자이자 영적 아버지, 그리고 은퇴 후에도 늘 주님의 종이자 올곧은 은수자의 모습으로 살아오셨다”며 “늘 기도하는 착한 목자로의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많은 이에게 전하는 주교님의 모습을 우리 또한 닮도록 노력하자”고 전했다.
교구 평협 이남준(요한) 회장과 여성연합회 정명숙(정희 엘리사벳) 회장은 미사 중 열린 축하식에서 묵주기도 18만8724단, 주교를 위한 기도 2만6220번, 미사 참례 1만3495번 등 교구 평신도들이 봉헌한 영적 기도와 꽃다발을 김 주교에게 선물했다.
“제게 주교님은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할 스승님”이라고 전하며 신학대학 교수와 제자로 만났던 일화를 소개한 서울대교구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70여 년의 사제 생활, 주교로서의 40여 년 동안 주님을 향한 믿음과 은총 안에서 그분의 섭리와 사랑을 거룩하게 이어가시는 주교님을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제주 신성여중 교장 한재호(루카) 신부는 “주교님께서 2002년 1월 사제품을 주셨고 그해 9월 교구장직에서 퇴임하셨다”며 “주교님의 막둥이로 사제단을 대표해 말보다 몸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김 주교에게 다가가 큰 절을 했다. 교구 사제단은 축사 후 모두 일어나 ‘사랑해’를 축가로 합창했다.
김 주교의 후임으로 제주교구 4대 교구장을 역임한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제주 공동체를 위해, 또 이 어리석은 후임을 위해서 지치지 않는 청원과 의탁의 기도를 봉헌하시며 저희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셨다”며 “지금 제 옆에 계셔 주시는 그 존재만으로 참으로 평안하고 든든하고 마음이 놓이는 주교님께 앞으로도 주님의 풍성한 축복과 자비를 간구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감사미사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등 현직 주교들과 최창무(안드레아) 대주교,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장봉훈(가브리엘) 주교, 이기헌(베드로) 주교, 김운회(루카) 주교 등 원로 주교들도 참석했다.
이용훈 주교는 축사에서 “주교님께서는 제주교구 도약의 발판을 확고하게 마련하셨지만 나는 기도 밖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말씀하실 만큼 깊은 겸손을 드러내셨다”며 “당신을 주님의 어릿 광대로 비유하신 것은 그만큼 주님 앞에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단순하고 소박하고 꾸밈없는 삶의 모범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4년부터 18년간 제주교구를 이끌어 온 김 주교는 2002년 9월 퇴임 후 원로사목자이자 은수자로 기도와 묵상, 저술 활동에 전념해 왔다. 최근에는 백수를 맞아 기도와 묵상을 하며 써온 글을 모은 「사랑의 송가」를 출간했다. 김 주교는 이메일 등을 통해 묵상 글을 동료 주교들과 사제, 신자들에게 전하는 친근한 모습으로 제주교구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영적 어른으로 존경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