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님 사랑 거저 받았으니 몸 아끼지 말고 나눠야”

박주현
입력일 2025-02-18 08:46:20 수정일 2025-02-19 06:50:11 발행일 2025-02-23 제 343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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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궂은 일 도맡아 40여 년 봉사활동한 박효진 씨
집수리와 짐 나르기 등 소외계층 돕는 일이라면 마다않고 앞장…인천 계양구 봉사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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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씨는 “거저 받은 것을,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하느님께 돌려드릴 뿐”이라며 “더 사랑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모두가 작은 실천으로 봉사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한다. 박주현 기자

“저부터 하느님께 모두 거저 받았잖아요. 몸을 움직일 건강, 사랑하는 가족, 일할 수 있는 직장…. 이보다 큰 은총이 어딨겠어요. 그걸 묵상하면 저절로 ‘거저 나누고 실천하도록’ 움직여지는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일 거예요.”

인천교구 계산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원 박효진(안토니오·64) 씨는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위해 집수리, 이삿짐 나르기, 장판 도배, 도시락 조리·배달처럼 몸을 특히 많이 움직여야 하는 궂은일을 위주로 30년 넘도록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공장 내부 설비를 본업으로 한 바쁜 삶을 쪼개 긴 세월 끊임없이 봉사한 열정은 무엇일까. 그는 “거저 받은 것을, 가난한 이웃의 얼굴로 계신 그분께 어떻게든 돌려드려야 한다는 의무감뿐”이라며 미소만 지어 보였다.

박 씨는 1984년부터 해온 빈첸시오회 활동 외에도 소외계층을 위한 지역사회 봉사라면 무엇이든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4000시간 이상 펼쳐온 공로로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구로부터 봉사자 상 금상을 받기도 했다. 구청에 봉사 시간 산정을 등록한 건 2010년. 1983년 입교했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걸 고려하면 실제 그동안 펼쳐온 봉사 시간은 4000시간을 웃돌고도 남는다.

“동료 교리교사 중에 척추가 휘어진 분이 계셨습니다. 자기 몸조차 편치 않을 텐데도 그분은 온갖 사회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어요. 그분이 제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심어놓은 것 같아요. 제 몸을 부딪쳐서라도 ‘사랑하며 사는 삶’을 살도록요. 그래서 빈첸시오회에도 제가 스스로 찾아가 가입했죠.”

이렇듯 ‘몸을 움직여 실천하는 사랑’을 고백하는 박 씨에게 봉사의 원동력이란 그저 더 많은 시간을 기록하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이웃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때 가슴에 파고드는, 이유 모를 기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17년간 돌봤던 한 무주택 홀몸노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일찍이 가족에게 버림받고 일생을 버텨온 노인은 중증 척추질환자임에도 주민등록이 말소돼 의료보험을 받을 길이 없어 수술을 못하고 있었다. 박 씨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구청과 동사무소를 뛰어다녀 노인의 주민등록을 회복시키고, 수술비를 모아주고, 거처를 얻어줬다. 또 거동 못 하는 노인을 등에 업고 그의 고향 강원도의 산골짜기를 올라 아버지 묘소까지 동행해 줬다.

“감히 스스로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는 신자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저는 행하는 사랑에서 그분 현존을 가장 와닿게 느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은 자신합니다. 누군가를 몸 움직여 사랑한 그때부터, 우리는 점점 더 크게 움직여 나누게 되도록 빚어졌다는 것을요.”

“오랜 시간 봉사하지 않더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온 도움이 중요하다”는 박 씨. 그는 끝으로 “조금이라도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나눠주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세상도 조금 더 살 만 한 곳이 되고, 우리 삶도 덩달아 아름다워지지 않겠느냐”며 소소한 실천부터 함께할 것을 당부했다.

“삶은 유한하잖아요. 더 사랑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우리 모두 최대한 많이 사랑하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