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프리카에서 한국형 사회복지 실현시킬 것”

우세민
입력일 2025-02-18 08:46:20 수정일 2025-02-18 08:46:20 발행일 2025-02-23 제 343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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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3년 한국생활 마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는 에리찌에 신부
대구대교구 지원으로 학업 매진…사제품 받고 여러 사목 경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서 중단된 ‘들꽃마을’ 다시 세우겠다는 각오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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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는 에리찌에 신부는 “한국의 사회복지를 중아공에서 실현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우세민 기자

대구대교구에서 공부하고 2019년 사제품을 받았던 폴로마요 잘루아 에리찌에 르두트 신부(Polomayo Zaloua Heritier Redoute·39)가 한국 생활 13년 만에 본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간다. 항상 자신을 “중아공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한다는 에리찌에 신부로부터 감사 인사와 각오를 들어본다.

“먼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대주교님의 결정으로 여기에 와서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는 사제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주교님 덕분에 한국에서 공부하고 사목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님을 비롯한 교구의 모든 신부님들, 교우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에리찌에 신부는 13세 때 중아공 방기대교구 소신학교에 입학, 카메룬 유학을 거쳐 2012년 중아공 출신 앙바가 응두구아 크리스티앙 엑수페리 신부와 함께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에리찌에 신부는 방기대교구장 디우도네 은자빨라인가 추기경이 자신들을 한국으로 파견할 당시 전했던 당부를 떠올리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했다고 한다.

“추기경님은 저희에게 ‘오직 사제가 되기 위해서 한국에 가는 것이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한국으로 파견되는 첫 신학생인 만큼, ‘문을 여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방기대교구 출신 소베르 신학생이 지난 1월 대구대교구에서 부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후배 2명이 대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연 문이 닫히지 않고 계속 열려 있어 매우 기쁩니다.”

크리스티앙 신부는 먼저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에리찌에 신부는 본당 사목뿐 아니라 사회복지 사목을 두루 경험했다. 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중아공에서 한국과 같은 사회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각오 때문이다. 에리찌에 신부는 중아공에서 사회복지기관 ‘들꽃마을’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구대교구 사회복지기관 들꽃마을이 2018년 중아공 보얄리(Boyali) 지역에도 설립됐지만,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다. 방기대교구장의 사목방침에 순명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에리찌에 신부는 자신의 사목 의지를 반드시 교구장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는 아직 대가족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사회복지단체에도 대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열심히 살아가시는 그분들을 보면서 저도 그분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제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