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홀몸 어르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말벗’ 아닐까요”

우세민
입력일 2025-02-19 06:36:55 수정일 2025-02-19 06:36:55 발행일 2025-02-23 제 343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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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2대리구 사회복지회, ‘이웃돌봄 지킴시 지원사업’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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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돌봄 지킴이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대구대교구 범물본당 사회복지위원회 위원들이 대상 1인 가구를 방문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 우세민 기자

“몸은 좀 어떠세요?” 대구대교구 범물본당(주임 김영호 알퐁소 신부) 사회복지위원회 강순옥(클라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95세 마틸다 씨 집을 방문해 인사를 건넨다. 평소 정기 방문하는 이윤생(미카엘라) 위원도 어르신에게 유제품을 건네며 식사는 잘하시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여쭙는다. 어르신은 “몸 성한 곳 없어 누워만 지내는데, 이렇게 본당에서 잊지 않고 찾아와 주신다”면서 “감사한 마음보다는 미안함이 더 크다”고 하면서도 환하게 미소를 띄웠다.

대구대교구 2대리구 사회복지회(담당 허진혁 바오로 신부)가 올해부터 ‘이웃돌봄 지킴이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에서, 신체·정서적 위험에 노출된 1인 가구를 본당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찾아가 돌보는 활동이다. 2대리구 관할지역인 대구시 동구·수성구, 경북 경산시·영천시·청도군 본당 중 25개 본당 사회복지위원회가 참여, 현재 1인 가구 95세대를 지원하고 있다.

참여 본당 사회복지위원들은 대상 가구마다 주 1회 찾아가 유제품을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면서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신자 가정에서는 늘 기도로 만남을 마무리한다. 대상 가구 대부분이 고령층이며 빈곤층이다. 

노인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힌 최근 한국보건사회원구원 보고서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빈곤율이 10명 중 4명(38.2%)이라는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를 방증하고 있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14.2%)을 훨씬 상회한다.

범물본당 사회복지위원회 방문을 받은 76세 비비안나 씨는 “이렇게 혼자 지내며 아픈 노인을 찾아와서 돌봐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라며 “항상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윤생 위원은 “어르신들 대부분은 저희가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집을 깨끗하게 치워 놓고 뭐라도 대접하려고 하셔서 미안하면서도 감명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순옥 위원장도 “작은 것을 나눠드려도 크게 기뻐하고 고마워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결국 믿음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대구대교구 2대리구 사회복지회는 올 한 해 동안 이웃돌봄 지킴이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검토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주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발전해 나가고자 한다.

사업을 담당하는 임정식(안토니오) 사회복지사는 “유제품 제공은 사실상 마중물 역할일 뿐, 결국 외롭고 어려운 어르신들을 신자들이 직접 방문하면서 돌봐드리고, 친교를 나누는 것이 이 사업의 실질적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