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멜리 병원 발코니에서 쾌유 기도하는 이들 환호에 엄지 들어 보여 화답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호흡기 질환과 폐렴 치료를 위해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한 지 38일 만인 3월 23일 퇴원해 거처인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갔다.
교황은 퇴원에 앞서 휠체어에 탄 채 병원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제멜리병원 마당에서 교황의 쾌유를 기도하고 있던 이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비록 약한 목소리이긴 하지만 인사도 건넸다. 제멜리병원 마당에는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을 비롯해 600여 명이 모여 2월 14일 입원했던 교황과 처음 대면했다. 또한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도 스크린을 통해 교황의 퇴원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황은 제멜리병원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뒤 바로 퇴원했다.
퇴원한 교황은 거처로 바로 가지 않고 로마 도심을 지나 성모대성당으로 향했다. 성모대성당은 교황이 해외 사목방문 전후에 꼭 들러 기도를 하는 곳이다. 이전에도 병원에 입원하기 전 두 차례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교황은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고, ‘로마 시민들의 건강’을 의미하는 성모 마리아 이콘 밑 제대에 올릴 꽃다발을 남겨 놓았다. 교황은 전용차량 앞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코에 삽입한 관으로 산소를 공급받았다.
교황청은 교황이 제멜리병원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교황이 준비한 23일 주일 삼종기도 메시지를 공개했다. 교황은 이날 복음인 루카복음 13장 1절에서 9절 말씀에 초점을 맞춰 “인내심 있는 포도밭 주인은 주님이시고, 주님께서는 우리 삶의 밭에서 사려 깊게 일하시면서 우리가 그분에게 돌아오기를 믿고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 사랑에 닻을 내린 인내심은 실패하지 않으며, 우리 삶에서 특별히 가장 큰 어려움과 고통을 마주한 상황에서 인내심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황은 제멜리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배포한 주일 삼종기도 메시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이스라엘이 3월 18일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해 많은 이들이 사망하거나 다친 사건을 접한 슬픔을 표현하고 “즉각적인 무기 사용 중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제멜리병원 세르지오 알피에리 교황 의료팀장은 22일 “교황님은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코에 삽입한 관으로 산소 공급을 받으면서 계속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교황에게 앞으로 두 달 동안은 휴식과 회복이 필요하고, 그 기간 동안은 사람들을 단체로 만나지 말 것을 권유했다. 의료진은 교황의 목소리가 회복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교황청에서 일하는 의료진으로부터 24시간 돌봄을 받을 예정이며, 산소 공급 외에는 다른 치료 장치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황이 제멜리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저녁마다 봉헌된 교황과 병자들을 위한 묵주기도는 교황이 퇴원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