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며 전국의 각 교구장 주교들은 부활 메시지를 발표하고 정치적 혼란과 전 세계적인 분쟁, 기후위기 등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이 가져오는 ‘참된 희망’의 의미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12·3 계엄령, 대통령 파면 선고 등으로 이어지는 갈등과 분열을 딛고 이웃과 공동체를 향한 연대와 사랑을 실천하자고 요청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우리가 확신하는 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시련을 겪는 우리 곁에 신비로이 현존하신다는 믿음과 희망”이라며 “최근 우리가 겪은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단순히 정치적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믿음과 희망의 위대함에 새롭게 눈뜨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기대와 희망, 하느님의 사랑을 지금 선포하자"고 밝혔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부활의 시간은 서로에게 세심하고 진지하여 한 몸으로서의 신앙적 열정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하느님의 초대이며 바람”이라고 강조하고, “갈라지고 대립하는 우리나라를 위해 교구민 모두 또 다른 십자가가 되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로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십자가를 짊어지신 주님의 희생처럼, 이 나라의 아픔을 기꺼이 짊어지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내일의 희망이 만들어지는 것임을 절감한다”면서 “이분들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는 ‘부활의 산 증인’들”이라고 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희망을 굳건히 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이미 행동하셨고, 지금도 행동하고 계신 모든 것을 기억하자"고 했다.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주님 닮은 화해의 사도로 살아갈 것’을 전하고, “복음이 가르치는 화해는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셨듯이 이웃 형제들 잘못을 용서하고 형제애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는 교구 유튜브 영상 메시지를 통해 “주님의 부활에 동참하며, 특별히 이 기쁨과 축복을 우리 것만으로 하지 않고 이웃과 서로 나누며 축하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슬픔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무덤으로 향했던 여인들처럼, 우리도 세상살이의 모든 근심, 걱정과 불안을 떨쳐내고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로마 6,11) 살아가자”고 했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제자들이 빈 무덤을 보고 눈이 열려 부활한 주님을 알아보았듯, 현실에 절망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넘어선 희망을 향해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부활을 체험하자”고 전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계엄령과 대통령 파면 등 온 국민이 겪은 혼란은 온 국민이 정치적으로 더욱 성숙해지고 민주주의가 보다 무르익기 위한 성장통”이었다며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기도와 실천”을 요청했다. “‘주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라고 말한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는 “주님 부활은 보시기에 좋게 창조한 세상을, 보시기에 좋게 완성하시는 새로운 창조”라며 “주님의 부활은 우리의 희망”임을 강조했다.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변하지 않는 확고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신앙 선조들을 통해 받은 신앙”이라면서 “그들이 피를 흘리며 전했던 부활 소식을 우리도 전심으로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부활의 희망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준다”고 피력하고 “삶 자체가 부활이 될 수 있도록, 사랑과 용서 또 나눔과 섬김을 통해 부활의 능력이 우리 안에 역사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최근의 전쟁과 지진, 산불 피해, 정치적 혼란 등을 언급하고 “부활한 예수님은 존중과 생명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므로, 우리 모두 자신이 머무는 삶의 자리에서부터 참된 평화를 살아가는 부활의 증인이 되자”고 요청했다.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정치적 위기는 한고비 넘겼지만, 마음의 통합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았고 경기 침체와 요동치는 국제 정세, 기후 위기 등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막고 있는 큰 돌과 같다”며 “참 빛인 주님께서 내 마음에서 어둠을 몰아내시고 사랑의 빛으로 가득 채워주시기를 간청하자”고 제안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는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로마 4,18)구절을 언급하며, “보장과 확언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믿고, 바라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희망’ 속에 사는 신앙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신약성경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의 굵직한 행적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예루살렘의 무덤에서부터 승천한 장소로 알려진 올리브 산까지, 예수님은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다양한 장소에서 나타나시며 세상에 당신의 부활을 선포하셨다. 그렇다면 성경을 바탕으로 살펴봤을 때 부활한 예수님은 승천 전까지 몇 킬로미터를 이동하셨을까? ■ 예루살렘과 엠마오 왕복 부활한 예수님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예루살렘의 무덤 인근이었다. 안식일이 지난 주간 첫날 새벽,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여인들이 천사에게서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듣고 무덤을 나서 달려가던 중 갑자기 예수님께서 마주 오시며 “평안하냐”고 물으셨다.(마태 28,1-10 참조) 지금 예수님의 무덤 자리라고 알려진 곳은 예루살렘의 구시가지로, 주님 무덤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부활한 예수님의 여정이 시작됐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예수님은 여인들에게 나타나신 후, 같은 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도 동행하셨다. 특히 루카복음은 이 여정을 자세하게 다룬다. 교회사 전승은 엠마오의 위치를 대략 예루살렘의 서쪽 혹은 북서쪽으로 본다. 어찌 됐든 루카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이 여정만큼은 확실히 ‘걸어서’ 이동하셨다. 루카복음은 예루살렘에서 엠마오까지의 거리를 예순 스타디온이라고 언급하는데, 1스타디온은 대략 185m 정도로 예순 스타디온은 11km를 웃돈다. 예수님은 이 거리를 두 명의 제자와 함께 걸으시며 이야기 나누셨고, 제자들의 집에서 그들의 눈을 열리게 하신 뒤 돌연 사라지셨다. 루카복음은 예수님을 목격한 마리아 막달레나와 여인들, 열한 제자, 엠마오로 간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였다고 말한다. 갑자기 그들 가운데에 예수님이 서시어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당신을 유령이라고 여기는 제자들을 나무라신 뒤 상처 난 손과 발을 보여주신다.(루카 24, 36-49 참조)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토마스에게 옆구리를 만져보라고 하신 것도 언급한다.(요한 20,24-29 참조) 예수님은 이렇게 부활 후 만 하루 동안 엠마오와 이스라엘을 왕복하며 약 22km를 이동하셨다. ■ 부활 후 예수님이 이동하신 가장 먼 거리는 150여km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 요한복음은 어느 날 새벽 예수님이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일곱 제자에게 또 한 번 나타나셨다고 밝힌다.(요한 21,1-14 참조)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다른 두 제자가 고기를 잡던 중 예수님과 만났다. 그들이 작은 배에서 던진 그물은 고기로 가득 찼고, 예수님은 자신을 못 알아보는 제자들을 위해 호숫가에서 손수(?) 숯불과 물고기, 빵을 준비하셨다. 이곳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당신을 사랑하는지 세 번 물어보신 후, 양들을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신다. 티베리아스 호숫가는 갈릴래아 호수의 남서쪽에 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150km를 이동해야 했다. 빠른 길로 곧장 갔다면 고산 지대를 넘어가야 했을 것이다. 다만 예수님이 이 거리를 어떻게 이동했는지 성경은 말하지 않는다. 티베리아스는 당시에도 팔레스타인 북부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고 지금도 약 5만 명이 거주하는 휴양·관광도시다. 갈릴래아의 한 산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는 성경 말씀도 있는데(마태 28,16 참조), 티베리아스 호숫가와 같은 여정 중에 들렀다고 가정해 본다면 예수님은 호숫가를 떠나 갈릴래아 지방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돌아오셨을 수 있다. 어찌 됐든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티베리아스 호숫가까지 왕복 약 3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셨다. ■ 종착지는 승천하신 올리브 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루카 24, 50-51) 예수님은 그 후에도 500명의 제자에게 모습을 보이셨다.(1코린 15,6 참조) 즉 성경에 구체적으로 언급된 장소들 말고도 예루살렘 인근을 활발하게 이동하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구체적인 지명이 언급된 곳은 40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승천하신 올리브 산이다. 이곳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강복하시고, 복음 선포 사명을 주신 다음 하늘에 올라 구름에 둘러싸인 채 승천하셨다. 예루살렘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4.5km정도 떨어진 올리브 산은 해발고도 약 820m로, 갈릴래아 지방 타보르산보다도 높다. 다만 예루살렘도 700m가 넘는 고지대라 올리브 산은 상대적으로 얕은 산처럼 보인다. 바로 동쪽에는 베타니아가 인접해 있다. 예수님이 부활 후 40일 뒤에 승천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올리브 산 정상에는 팔각형으로 봉헌된 ‘승천 경당’이 있다. 이처럼 예수님은 빈 무덤에서부터 올리브 산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표징을 보여주시며 당신의 부활한 사실과 복음의 기쁨을 전하셨다. 부활한 예수님이 인간의 방식으로 이동하셨다면 예수님이 소화한 거리는 약 330km다. 500명의 제자를 만난 나머지 여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최소거리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 양심의 횃불이 되게 하소서. 더 이상 세상의 불의와 비리로 인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국민 모두를 비추어 주소서.”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두고 300여 명 시민들이 모여 함께 기도를 바쳤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재영 요한 세례자 신부),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JPIC분과(분과장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위원장 양두승 미카엘 신부) 등 8개 단체는 4월 14일 서울시의회 세월호 임시 기억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중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하고 연대합니다’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미사를 주례한 상지종 신부(베르나르도·의정부교구)는 강론에서 “희생자들은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어 이름도 필요 없겠지만 그 이름은 이 땅의 벗들과 함께한다”며 “그리움과 세월호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30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 보자”고 참석자들에게 청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참석해 목소리를 전했다. 고(故)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는 “연대가 필요한 현장을 다니다 보면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많이 만난다”며 “교회가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함께 해줘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전 씨는 “경빈이는 해경이 구조했을 당시 살아있었지만 응급헬기로 이송하지 않고 배로 4시간 41분 만에 이송돼 죽었다”며 “왜 배로 이송했는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결과에 따르면 임 군은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에 구조돼 6분 뒤 3009함에 인계됐다. 이후 20분 만에 이송할 수 있는 응급헬기가 아닌 경비정 3척에 옮겨 타며 이송돼 사망했다. 전 씨는 이송 지연 문제를 재판부에 손해배상 소송했고 일부 승소를 거둔 상태이다. 이날 행사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주 비오 신부)는 4월 15일 만천성당에서,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종관 펠릭스 신부)와 공동선실현 사제연대는 4월 16일 중앙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광주대교구 노안본당(주임 이요한 요한 사도 신부)은 4월 16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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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는 생명의 힘 보고 느끼며 ‘부활의 기쁨’ 체험

주님 부활 대축일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주님께서 부활하심을 경축하는 날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님의 부활에서 새 삶과 새 생명의 희망을 찾는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발달장애인 사회복귀시설 애지람(愛之籃, 원장 신현재 라이문도 수사)이 운영하는 ‘케어팜’(Carefarm, 돌봄농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손길을 따라 돋아나는 새 생명들은 부활의 의미를 알려 준다. 또한 케어팜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 간 상생의 노력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케어팜을 찾아갔다. 케어팜이 이뤄지기까지 4월 9일 오후 강릉시 사천면 춘천교구 사회복지회 소속 애지람에서는 변중섭(빈첸시오) 사무국장과 고명숙(가타리나) 후원홍보담당자, 김동현(루카) 사회복지사, 박상규 사회복지 실습생이 애지람 입주인들과 케어팜에서 자라는 생명들을 돌보기 위해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은 발달장애인 입주인 이귀용(스테파노), 김진호, 전찬우 씨가 동행했다. 바깥나들이를 하고 영농체험을 한다는 생각에 입주인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거동이 다소 불편한 입주인들은 애지람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매주 케어팜에서 일을 한다. 애지람에서 강릉시 구정면 케어팜까지는 14km 정도 거리다. 변중섭 국장이 운전하는 승합차는 20분 정도를 달려 케어팜에 도착했다. 케어팜 입구에는 ‘치유의 숲 케어팜 땅을 돌보고 사람을 돌보고 서로 나누는 곳’이라는 단정한 글씨가 적힌 안내 간판이 서 있다. 케어팜이 어떤 곳인지 알기 쉽고 압축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본 농장은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에게 농장에서의 여러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방주가 될 이 공간은 탄소를 저장하는 생태농장이자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다양성의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공존하고자 합니다.” 안내 간판에서 눈길을 또 끄는 부분은 케어팜이 만들어지기까지 상생의 정신으로 협력한 기관들의 명칭이다. 강릉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생태전환마을 내일’, 한살림 강원영동 그리고 애지람이 나란히 등장한다. 케어팜 운영주체는 애지람이지만 캠코는 1100㎡ 넓이(약 333평)의 국유지를 5년 동안 19만230원의 임대료만 받고 빌려줬다. 거의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릉시는 이곳에 이동식 화장실과 교육용 컨테이너를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했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모인 생태전환마을 내일에서는 케어팜을 디자인하고 생태농업 정보를 제공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한살림은 케어팜에서 생산한 농산물 등을 유통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케어팜이 공식 개장한 것은 2023년 9월 15일이다. 그러나 2021년 11월 30일 애지람과 캠코가 부지 대부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복잡한 행정 처리와 민원 해결, 개간 작업을 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과정은 애지람의 모토인 ‘사회 속으로!’ 장애인들이 나아가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생명과 치유의 공간을 꾸며가는 여정이었다. 생명을 가꾸며 부활을 준비하다 케어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애지람 최종우(베드로) 관리사가 이날 심을 옥수수 모종을 조심스럽게 트럭에 싣고 따로 와 있었다. 케어팜에 처음 온 방문객들은 어디에 어떤 작물이 심겨 있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튤립처럼 금방 알아보는 꽃이 아니면 언뜻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잡초처럼 보이는 식물들이 많다. 어떤 곳에는 벽돌이 쌓여 있기도 하고, 길도 복잡하게 갈라져 있다. 케어팜을 조금 더 풍요롭게 관리하기 위해 치유농업사 수업을 듣고 있는 고명숙 홍보담당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잡초처럼 보여도 다 이름이 있어요. 아직 열매가 열리지 않았지만 포도, 복숭아, 사과나무도 자라고요. 작년에는 감자가 잘 돼서 애지람 입주인들과 맛있게 먹었고, 올해는 그 자리에 마늘이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에 케어팜 울타리에 수세미를 키웠는데 올해는 울타리 밖에 코스모스를 심기로 했어요. 케어팜 옆에 강릉 바우길 6구간 산책로와 장현저수지도 있어서 코스모스가 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죠.” 중간중간 벽돌을 쌓아 놓은 곳은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벽돌로 둘러싸인 내부 공간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케어팜 안에 복잡한 길을 만들어 놓은 것 역시 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동 하도록 돕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길 위에 깔린 야자매트도 눈이나 비가 올 때 장애인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돕는 안전장치다. 이귀용, 김진호, 전찬우 씨는 옥수수 모종 심기 작업이 시작되자 표정에 의욕이 넘치는 듯했다. “기분 좋아요”라는 간단한 의사표현을 하면서 옥수수 모종을 심을 자리에 물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다음 흙을 덮어 다지는 일을 정성스럽게 해 나갔다. 애지람 직원들이 옆에 붙어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도와줬다. 변중섭 사무국장은 케어팜은 단지 농작물이나 과실수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과 기후위기 극복 노력에 동참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치유의 시간을 주는 것이 케어팜을 운영하는 진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작업 효율로 치면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이 비교할 수 없이 높습니다. 케어팜은 장애인들이 영농 체험을 하면서 심리적, 정서적으로 치유 받고, 사회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공간입니다. 친환경 농법으로만 케어팜을 운영함으로써 생태계 보전과 기후위기 극복에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도 중요합니다. 애지람을 운영하는 작은형제회의 정신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고요. 애지람 입주인들처럼 비장애인들도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옥수수 모종을 심은 뒤에는 숙성된 짚을 울타리를 따라 덮어 주는 작업을 이어갔다. 짚을 덮으면 잡초가 잘 나지 않는다. 이것도 친환경 농법이다. 애지람 가족들은 케어팜에서 생명과 상생의 소중함과 더불어 부활의 기쁨을 미리 체험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하루 영농체험을 마무리했다.

“서울 WYD 열매 이어가려면 본당이 변화해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WYD)의 성공적 개최를 준비하기 위해 본당과 가정이 ‘가정 친화적 사목’으로의 전환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햇살사목센터(소장 조재연 비오 신부)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시몬 신부)가 공동 주최한 제6회 가정과 청소년을 위한 요한 바오로 2세 심포지엄 ‘WYD 기대효과와 복음화 모색’이 4월 12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햇살사목센터 조재연 신부, 천진아(미카엘라) 연구실장, 이세라(가타리나) 연구원이 공동 발제한 ‘WYD를 통한 가정·본당의 복음화 방안’에서 발제자들은 “자녀와 부모 세대를 분리했던 흐름에서 젊은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함께 포괄함으로써 가정 공동체가 교회의 흐름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가정 친화적인 사목’ 방향으로의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기존의 어린이 미사, 청소년 미사를 어린이 가족 미사, 청소년 가족 미사로 명칭을 바꾸고 미사 후에 자녀는 교리교육을, 부모는 부모들만의 교육이나 나눔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어 서울 WYD로 얻은 열매의 지속성을 위해 “우리 본당과 지역의 젊은이와 가정에 대한 무조건적 환대를 계속해야 하며 젊은이와 성인 신자가 만나 시노달리타스적 경청과 식별을 지속해야 한다”며 “젊은이와 가정 친화적 본당 구조 마련을 통해 그들의 주도적 참여를 보장하고 젊은이가 대표인 ‘청소년·청년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젊은이들과 동반할 성숙한 성인 신자들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제자들은 “성인 신자들은 ‘옹호자’로서 본당 공동체에서 각 세대와 가정, 공동체 사이를 중재하며 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또한 ‘매니저’로서 재정과 장소를 제공하고 프로그램 기획과 사람의 초대하며, ‘봉사자’로서 직접적인 동반 담당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의 최영균 신부, 정규현(마르티노) 신부, 한창현(모세) 신부, 변미리(가타리나) 박사가 공동 발제한 ‘한국 청년들의 종교적 현실과 WYD의 기대효과’에서 다시 강조됐다. 발제자들은 “젊은이들은 WYD를 통해 그들의 지역교회와 공동체에 연결됨으로써 교회가 청년들의 삶에 중요한 준거인 ‘어른’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축사를 통해 “서울 WYD는 가정과 본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연 신부는 개회사에서 “오늘 두 주제는 우리가 더욱 통합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 중요한 서울 WYD를 보다 본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균 신부는 폐회사를 하며 “오늘 심포지엄은 서울 WYD를 통해 교회가 복음화의 지속성을 위한 청년 교회로 변화하는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이 됐다”고 총평했다.

청주교구 또래사도, “소년 최양업 닮은 사도 되자”

20년째 청소년 사도를 양성하고 있는 청주교구 또래사도가 올해는 ‘소년 최양업’의 삶을 따라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활동에 집중한다. 청주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이효종 야고보 신부)은 올해 ‘소년 최양업처럼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을 주제로 21기 또래사도를 양성한다. 이는 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가 발표한 2025년 사목교서의 내용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리더십과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팀워크를 배우고 이웃사랑을 실천코자 2006년 발족한 또래사도는 20년 동안 청소년 사도를 양성해 왔다. 또래사도의 실천목표는 예의범절을 아는 ‘사람다움’, 전례와 기도에 잘 참여하는 ‘신자다움’, 학업에도 충실한 ‘청소년다움’,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또래다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매일 쇄신하는 ‘사도다움’ 등 다섯 가지다. 3월부터 7개월간 진행되는 양성과정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고 봉사자의 자질에 대해 배운 또래사도들은 매년 1월 해외선교체험을 통해 실천목표들을 삶 속에서 구현한다. 또한 본당 안팎에서 또래들과 친교를 나누고 ‘또래멘토’ 등으로 활동한다. 1년간의 또래사도 활동은 청소년들이 신앙 안에서, 그리고 세상 안에서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20기 또래사도 김지효(17·릴리아나) 양은 “또래사도 양성과정과 해외선교체험까지 마무리한 후에 저의 변화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또한 하느님이 보이지 않아도 항상 제게 힘을 주시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느님의 부르심과 사랑을 느끼며 제 삶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청소년사목국장 이효종 신부는 “또래사도 양성과정을 통해 예수님과 만나는 신앙체험을 한 학생들은 또래사도 졸업 후 본당과 교구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신앙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올해는 청주교구 또래사도들이 ‘소년 최양업’처럼 하느님의 뜻을 곰곰이 생각하며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에 더욱 다가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주교 등 3대 종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 해결 촉구 기도회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교가 4월 9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거제통영고성(이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해결을 사측에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3대 종교 지도자들은 입장문에서 “노동자의 고통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고통과 다름없다”며 “인간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여기는 구조, 비용절감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의 태도가 더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더 이상 유린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 또한 조정자의 책임을 다해 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기도회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진행됐다. 천주교 대표로 참가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시몬) 신부는 기도 후 발언에서 “거제, 통영 등 일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저 높은 고공에 올라가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라며 “우리 사회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자”고 제안했다. 성직자들은 기도회가 끝나고 3대 종교의 요구를 담은 요청서를 사측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했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를 비롯한 한화오션 사내 협력업체 노조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성과급 회복, 상용직 확대 등을 요구하며 본사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월 300시간이 넘는 고위험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원청인 한화오션 측이 2016년 이후 상여금을 대폭 삭감하고, 정작 노조와의 협상은 협력업체에 미루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이어온 노·사 간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부장은 지난 3월부터 본사 앞 높이 30m에 달하는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도회가 열린 날도 철탑에 올라 있던 김형수 지부장은 3대 종교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 지부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사측은 번번이 우리의 요구를 외면했다”며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기도회에는 천주교 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종합

“기타 선율에 주님 사랑 담아 따뜻한 울림 전해요”

서울대교구 양천본당(주임 염기철 베드로 신부)에는 음악 초심자 상관없이 모여 기타를 연주하고, 음악적 탤런트를 교회 봉사에 쓰는 교우들의 모임이 있다. 2015년 5월 결성된 본당 음악 동아리 ‘소리통’(단장 노영기 바오로)이다. 15명 회원이 금요일과 주일마다 모여 기타와 노래 연습을 하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미사와 주일 새벽미사에서 본당 신자들을 위해 연주 봉사를 하고 있다. 본당 구성원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동체를 지향하기에 ‘소리통’이라는 한국적인 이름을 붙였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가톨릭 전례 음악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 나가자는 뜻에서 주로 미사곡과 생활 성가 특송을 연습하지만, 신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가요와 팝송도 연주하고 부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타 동호회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신앙을 나누는 데 있다. 노영기 단장은 “본당과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서로 격려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역할이 소리통의 운영 취지”라고 설명했다. ‘소리(복음)를 전하는 통’이 될 수 있도록 소리통은 본당 미사나 행사 연주·공연을 넘어서도 활동하고 있다. 매년 1회 전국 성지를 순회하며 미사 연주 봉사를 해 오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지역 복지회관에서 소외 이웃을 위해 연주하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버스킹을 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거부감 없이 알리기도 했다. 오영미(이레나) 총무는 “본당 너머로 사랑 실천을 넓혀가고자 하기에, 단원 중 대부분인 직장인들이 특히 믿음에 활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삶과 업무에 쫓기면 타성적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등 누구나 자칫하면 수동적이 될 수 있는 신앙생활. 단원들은 멋진 선율을 이룰 때 감동을 느끼고, 또 이를 교우들에게 선보이며 은혜로움을 주고받으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소리통의 지도를 맡고 있는 박서희(아우구스티노) 씨는 “정성 담아 연습한 곡으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위로를 찾아 성당에 오는 신자들에게 소소한 격려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건 단원들 모두의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지향으로 서로 맺어진 깊은 유대감도 우리에게 신앙을 ‘울림’으로 느껴지게 한다”며 기타를 들어 보였다. 소리통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활동 범위를 넓히고자 새로운 회원들을 모집하는 한편 전국 곳곳으로 더 자주 연주 봉사를 나가고자 한다. 노 회장은 “연주 봉사 기회를 주고자 하는 전국 성당과 성지 어디든 찾아가 기타 선율 속 녹아든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문의 : 010-3577-2405 소리통 노영기 단장

서울대교구 가락동본당 부활 상징물 콘테스트

서울대교구 가락동본당(주임 김명은 요한 사도 신부)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구역별 부활 상징물을 직접 만드는 콘테스트를 열고 친교와 화합의 장을 꽃피웠다. 총 23개 구역 중 19개 구역이 참가하는 등 예상을 넘은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이번 콘테스트에는 계란과 퀼트, 밀랍 초,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소재와 방법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표현한 작품들이 출품됐다. 구역 신자 212명 전원의 자필 서명 혹은 허락받은 대필로 벽을 꾸미고 성체가 그려진 밀랍 초와 LED 초 등을 출품한 23구역의 김혜정(마리아 막달레나) 구역장은 “사람이 만나 통성명하는 것은 서로 이름을 기억해 줄 사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반장들과 함께 각 가정에 직접 방문해 서명을 받았다”며 “모두가 함께하는 기쁨의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하며 무엇이든 혼자 하던 내 모습에서 벗어나 공동체 지향으로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17구역은 <주님은 나의 목자>와 <최후의 만찬> 두 작품을 계란으로 만들었다. 민경희(체칠리아) 구역장은 “작품을 만들며 친해진 구역 신자들과 성지 순례도 다녀올 정도로 끈끈한 사이가 됐다”며 “수상 결과를 떠나 함께한 이 시간과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혼자 작업한 퀼트 닭과 계란 인형을 준비한 20구역 윤금자(스텔라) 구역장은 “상황이 여의치 못해 공동 작업을 못했지만 대표자라도 작품을 내면 구역 신자들이 보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마련했다”며 “바느질 한 땀 한 땀마다 구역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리며 그분들의 건강을 기도하고 부활을 묵상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콘테스트 담당 및 평가자 중 한 명인 박인영(아녜스) 여성 총구역장은 “평소 봉사를 안 하고 숨어 있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냉담 교우들이 성당과 모임에 나오고, 기존에 봉사하던 분들은 더 단합되는 기회가 됐다”며 “출품을 못한 구역은 미안함에 부활 청소를 더욱 열심히 참여하는 등 활동에 자극제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본당 주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후 개최되는 시상식 때 수상을 못하더라도 작업 과정에서 이미 모두 더 큰 선물들을 받았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영유아 사목 활성화 방안 모색

한국교회에서 영유아 사목의 필요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본당에서 그 실천이 구체화한 경우는 드물다. 본당 영유아 사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회는 어떤 실천에 나설 수 있을까.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원장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4월 1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 강당에서 영유아 신앙 교육의 사례 발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성공적 영유아 사목을 펼친 두 본당 사례를 살피며 각 본당에서 영유아 사목이 뿌리내리게 할 접근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먼저 2024년 당시 인천교구 시흥 은계본당 주임이었던 김용수 신부(마태오·2027 WYD 인천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 차장)가 펼친 본당 영유아 사목 사례가 소개됐다. 김 신부는 ▲생애주기 사목에서 단절된 세대인 영유아 자부모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영유아분과 및 영유아 자부모회 신설하고 ▲영유아 부모 간 교류와 신앙·육아 동반이 가능하게끔 사제가 직접 영유아 대부모를 선정하고 ▲성당 내 유아실 사용 금지, 영유아 배려석 마련 등 사목을 펼쳤다. 그 결과 본당은 영유아를 환영하는 분위기로 전환했다. 미사 중 아이가 울어도 눈총을 주지 않고 오히려 아이를 반기는 신자가 다수가 됐다. 아이들은 형제와 놀이공간이 없는 현실을 벗어나 성당에서 미사를 보며 신앙을 배웠다. 변화를 감지한 부부들이 신앙을 회복해 주일미사 참례자는 600명까지 늘었다. 김 신부 부임 초기 참례자는 350명 정도였다. 김 신부는 발제에서 “화려한 기술로 채우지 않고, 교회가 이미 지닌 보화인 ‘성사’ 참여를 우선으로 영유아와 그 부모를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존재로 치부하기보다, 언제든 맞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문화홍보분과 영유아독서팀(팀장 이정민 마리안나)이 2023년부터 펼쳐온 영유아 신앙 교육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현재 ‘그림책으로 예수님을 만나요’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고, 영유아들이 성당에서 부모·조부모 등 보호자와 그림책 등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참가 영유아들은 성당에서 양육자와 시간을 보내면서 성당을 어려서부터 익숙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책 속의 신앙적 메시지를 접하며 부모의 믿음을 자연스럽게 이어받고 있다. 이정민 팀장은 발제 중 “유아세례 후 주일학교에 오기까지의 5년가량 공백기도 발생하지 않으며, 책과 공간과 읽어줄 사람만 있으면 돼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살림연구소 정준교(스테파노) 소장은 “영유아 사목을 이제껏 하지 않던 세대 사목으로 여겨 임기응변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본당별로 필요한 구조 개편, 영유아들이 교회를 체험하고 신앙 체험을 하게 해줄 사목 공동체 구성 등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