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김종생 목사, 이하 신앙과직제)는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로마 교황청, 스위스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 튀르키예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 등지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순례’(이하 일치순례)를 진행했다. 순례 여정을 3회에 걸쳐 전한다. ■ 일치를 위한 순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내전, 한반도의 긴장상황, 정치경제의 양극화,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통에 신음하는 현시대에 한국의, 그리고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같은 하느님을, 같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이 이를 위해 어떻게 일치해, 힘을 모아야 할까. 이번 일치순례는 국내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운동을 위해 구성된 신앙과직제 설립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다양한 고통을 겪는 이 시대를 묵상하며 ‘화합과 공존을 위한 그리스도인 일치 순례와 토론회’로 마련됐다. 한국의, 그리고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연대로 평화를 가꿔나가는 길을 꿈꾸며 국내 여러 그리스도교 교단이 뜻을 모은 순례다. 국내 여러 그리스도교 교단은 신앙과직제가 창립되기 전인 2006년부터 일치순례를 추진, 그리스도교의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류 공동의 과제에 관해 세계의 그리스도인들과 토론하고 연대하는 다양한 순례를 진행해 왔다. 이번 일치순례는 그 5번째 여정이다. ■ 가톨릭교회와 일치하며 순례단은 그 첫 번째 목적지로 로마를 향했다. 그중에서도 가톨릭교회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이하 일치촉진부)를 찾아 ‘일치 화합의 의미와 위기 시대 교회의 사회적 과제’를 함께 고민했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다른 그리스도교인들을 ‘갈라진 형제’라고 부르며 본격적인 일치운동을 시작했다. 가톨릭교회는 다른 그리스도교인들을 공의회 참관인으로 초청했고,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사무국을 설치했다. 이 사무국은 공의회 회기를 거듭하면서 중요한 기구가 됐고, 현재 일치촉진부로 발전했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설립 10주년 기념 화합·공존 위한 순례와 토론회 가져 베드로·바오로 사도 발자취 함께 걷고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해 평화 염원 전달 11월 26일 교황청 성직자부 회의실에서 마련된 간담회에는 일치촉진부 차관 플라비오 파체 대주교가 순례단을 맞았다. 파체 대주교와 순례단은 먼저 성경을 봉독하고 함께 묵상하며 일치의 의미를 찾고, 그리스도인들이 일치를 통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야 할 평화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파체 대주교는 “예수님께서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라고 일치를 위해 기도하셨다는 것은 그분의 제자인 우리도 일치를 위한 기도를 계속해야 하고, 이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소명이자 사명”이라면서 “일치 여정과 경청의 나눔 안에서 항상 우리가 일치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서로 다른 다양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그 은총을 성령께 청하자”고 초대했다. 또한 “여러 교단의 그리스도인들이 일치하는 활동을 한국 순례단을 통해 볼 수 있어 기쁘고 한국에서 이렇게 일치의 여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깊이 감사드린다”고 순례단에게 인사했다. ■ 사도들의 발자취를 통해 평화를 향해 로마를 방문한 순례단은 특별히 베드로 사도가 순교하고 묻힌 성 베드로 대성당, 바오로 사도가 순교한 트레 폰타네와 그 무덤이 있는 성 바오로 대성당을 순례했다. 순례단은 모든 그리스도교가 갈라지기 전, 초대교회를 이끈 두 사도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기도하며, 그리스도인들이 일치를 통해 추구해야 할 평화에 관해 묵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순례단의 여정은 초대 교회를 이끈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길에서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베드로 사도의 자리를 잇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7일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 중 순례단을 특별 초대해 일치를 위한 순례단의 여정을 격려하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순례단은 이 만남 중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그중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와 특별한 동행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했다. 순례단은 교황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고백하는 우리는 특별히 6·25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우리는 지금의 북·중·러 - 한·미·일 사이의 긴장 고조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지 않고,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정착되기를 간구하고 있다”면서 “이 뜻깊은 모임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례단은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 ▲적절한 때에 평양을 방문을 통한 남북관계의 평화적 중재를 요청했다. ◆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신앙과직제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2014년 5월 창립, 여러 그리스도교 사이에 신앙적 친교를 이루고, 공동선을 지향하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신앙과직제는 현재 천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구세군한국군국,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11월 29일 세계청년대회(이하 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을 환영하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일대는 2027년 서울 WYD를 전 세계와 교회 안에 본격적으로 선포하는 기쁨과 기도의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세상 안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희망을 외치는 자리였고, 나라와 인종, 교파를 초월해 평화를 구하는 시간이었다. WYD 십자가·성모 이콘 환영의 밤 이모저모를 정리해 본다. ◎…환영의 밤은 십자가와 이콘의 환영 및 의미를 전달하는 프로그램과 상징물과 함께하는 전례 예식 등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2027년 WYD는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WYD인 만큼 그 취지와 의미를 알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면에서 환영 공연 외에도 WYD의 역사와 상징물이 어떤 내용과 중요성을 띠고 있는지 등을 알리는 내용이 대성당 마당에 게시됐고, 알고 체험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십자가의 길 전례는 십자가가 지닌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이뤄진 복음 선포의 여정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여러 나라 청년 및 신자들과 함께 첫발을 떼는 장면이었다. ◎…행사는 대성당에서 문화관 2층 꼬스트홀로 이어지는 십자가와 이콘 입장 행렬로 막을 올렸다. 가톨릭스카우트 대원들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꼬스트홀 출입문 입구에서 무대 앞까지 장문례 환영을 했다. 양쪽으로 늘어선 대원들은 구호장으로 삼각형 모양 문을 만들어 십자가와 이콘을 지나게 했는데, 이런 장문례는 스카우트 행사에서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의식이다. 행사에는 청소년과 청년, 성인 대원 및 지도자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가톨릭스카우트 담당 이병철(안드레아) 신부는 “서울 WYD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에서 가톨릭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들이 그 환영의 처음을 담당하게 된 것이 기쁘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학교에만 있는 줄 알던 스카우트가 교회 안에서도 활동하고 있음을 드러낸 기회였다”고 밝혔다. ◎…서울 WYD 총괄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환영 공연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하느님께서 생명이 있는 나무를 만드셨지만, 인간이 나무를 죽여서 십자가를 만들고 그 십자가에 다른 사람을 죽였다”며 “하지만 예수님이 그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써 죽음을 이겼고 성모님이 십자가 옆에 동반하심으로써 승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교는 “이는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하느님 사랑은 역동적으로 우리와 함께한다는 걸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요한복음 16장 33절 ‘내가 세상을 이겼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는데, 이걸 쉽게 ‘쫄지 마’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참석자들은 이 주교를 따라 ‘쫄지 마’를 외치기도 했다. ◎…이어진 환영 공연에서는 서울 한남동 국제본당 외국인 공동체,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의 필리핀 공동체와 베트남 공동체 및 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청소년 밴드가 무대를 꾸몄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신자들이 함께한 것은 전 세계 신자들과 청년들이 WYD를 함께 준비한다는 의미를 뜻한다.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40여 명이 합창을 선보인 한남동 외국인 공동체는 <Here I Am Lord>와 <Blest Be the Lord> 등 두 곡을 불렀다. 지휘를 맡은 영국 출신 델라시 오세이(Delasi Osei) 씨는 “두 주 동안 연습했다”며 “WYD 행사에 초대돼 기뻤고, 한국인 신자들과 하나 되는 시간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공동체에서는 율리 레오노르(Yuli Leonor) 씨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Who Am I by Casting Crowns>를 들려줬다. 베트남 공동체는 댄스 공연을, 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청소년 밴드는 생활성가 <축제>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참석자들은 십자가의 길 전례에 앞서 상징물에 대해 알고 체험하는 포스트 프로그램과 간식 제공 시간을 즐겼다. 포스트 프로그램에는 QR코드로 WYD 관련 퀴즈를 푸는 ‘궁금할걸? WYD’, 로고와 함께 사진 남기기 ‘WYD 한컷’, 기도지향 카드를 적는 ‘고리 기도’ 등 다섯 개 포스트가 준비됐다. 고리 기도 판에 소원을 적어 걸은 초등학교 5학년 윤이후(안드레아·서울대교구 대치4동본당) 군은 “하느님 덕분에 사랑과 기쁨을 알고 봉헌할 수 있어서 좋다”며 “2027년 WYD에 무조건 참여해서 신부님이 되고 싶은 꿈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간식 제공은 당초 푸드 트럭을 이용해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서울 지역에 폭설에 이은 강추위가 예고되며 꼬스트홀 만남의 방에서 진행됐다. 피자와 호떡, 붕어빵, 핫도그 등 따뜻한 스낵류와 커피와 유자차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가 제공되어 참석자들은 담소와 더불어 간식을 즐긴 후 2부 전례 예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십자가의 길 전례가 거행된 대성당에는 청년들을 비롯한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1983년 시작한 구원의 특별 희년 이래 청년들에게 전달돼 서울에 온 십자가를 통해 주님의 사랑을 바라보고 주님의 마음에 동참했다. 십자가는 옆으로 뉘어져 손에 손을 거쳐 각 처에 머물렀고, 직접 주례를 맡은 정순택 대주교는 각 처의 신비를 묵상하며 이 시대 젊은이들을 향한 주님의 위로를 청했다. ◎…예수님의 십자가 위 돌아가심을 묵상하는 제12처에서는 모든 이가 십자가를 향해 오른팔을 뻗었다. 십자가 근처 신자들은 십자가에, 그 외 참석자들은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 십자가와 자신을 연결해 보는 순간을 가졌다. 십자가의 길 봉헌 후에는 2027 WYD 로고와 참석자들이 포스트 프로그램 ‘고리 기도’에서 적은 기도지향 봉헌이 있었다. 로고판과 기도지향판은 정순택 대주교를 통해 십자가와 성모님께 봉헌됐다. 이후 떼제기도는 떼제공동체 한국분원 신한열(프란치스코) 수사의 진행으로 봉헌됐다. <찬미하여라> 등 떼제 성가가 클라리넷 등 반주 속에 대성당에 울려 퍼지며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여러 언어로 바쳐졌다. ◎…환영 행사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신자들뿐만 아니라 수원·의정부교구 등 타교구에서 온 청년 신자들도 많았다. 정수진(아가타·수원교구 망포동본당) 씨는 “우리나라에서 WYD가 열리는 것 자체가 기쁘고 감사한데, 본격적인 출발점인 십자가와 이콘 환영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며 “힘들고 고단하게 사는 이 시대 청년들이 행사를 통해 예수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리스도의 희망 속에 잘 살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국 교구와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466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사명을 저버린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자고 촉구했다. 사제들은 11월 28일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두운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선언문 발표 배경을 밝혔다. 이어 “5000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在世理化)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다”며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제들은 또한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국선언문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 (시몬)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를 비롯해 전국 교구 사제 1330명과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30명, 오스트레일리아 사제 1명 등 총 1466명이 이름을 올렸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2024.11.28. 하느님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며 천주교 사제 1,466인
2025년 희년을 맞아 전국 각 교구 교구장들은 사목교서 및 사목서한 등을 발표하고 복음의 기쁨을 더 깊이 체험하며, 선포하는 기쁨을 누리는 한 해로 가꾸어가기를 희망했다. 아울러 희년과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준비, 가정 복음화 등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희망을 선포하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순례하는 여정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를 강조하며 이를 실천하는 데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희년의 목적과 의미는 ‘구원의 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을 깊여가는 해'이며 이에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역설한 정 대주교는 “신앙 여정은 그분의 인격과의 만남 여정이고 그분과 사랑의 우정을 깊여가는 여정이기에, 성시간 성체조배 등을 통해 그분을 만나며 애덕 실천, ‘사회적 약자’와 동행 등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기쁨을 살자”고 밝혔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교구가 ‘아름답고 거룩한 전례’를 주제로 2025~2026년을 전례의 해로 지내게 됨에 따라 “모든 이가 아름답고 거룩한 전례를 체험하고 기쁘게 거행하는 방법을 함께 찾자”며 “또 전례 예식의 외적인 형식에만 갇히거나 예식 규정을 준수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예수님 마음과 모든 신자 마음이 맞닿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지난 2년간 교구 사목 교서에서 언급했던 4개의 기둥을 지속해서 유지하며 “특별히 희년, 축성 생활, 세계 청년대회 준비, 그리고 가정 안에서 신앙 이어주기에 더 관심을 두도록” 초대했다. 2024년부터 3년 동안 ‘가정 복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새해는 특히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고 새로운 가정 복음화의 길을 걷자"고 부탁하며 각 본당의 매월 마지막 주일 가정 성화 미사 봉헌, 「생명의 복음」 회칙의 4장 묵상 등을 구체적 실천 사항으로 제시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는 2022년 발표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사목교서와 그에 이어 23년에 낸 후속 권고, 그리고 24년에 낸 두 번째 후속 권고인 ‘성체와 가난’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성경 읽고 나누기, 생태를 위한 기도 봉헌과 실천 등을 장려했다.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2028년 교구설립 80주년을 앞두고, 3년간 나아갈 방향을 사목교서에서 제언하며 “성당이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의 인격적인 만남이 가능한 공간이 될 것, 평신도 지속 양성, 사회복음화와 사회복지 활동 활성화” 등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또 사제들에게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강론과 새 영세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는 2025년을 ‘청소년·청년의 해’의 두 번째인 ‘배움과 체험의 해’로 선포하고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살아계심을 알고 말씀과 기도와 전례 안에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또 각 지구별로 올해 ‘젊은이의 날’을 계획하고 실행할 것, 타 본당 및 수도회와 동반해 청소년·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 등을 제의했다. ‘최양업 신부님의 영성과 삶을 내면화하는 교구 공동체의 해’를 강조한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며 기꺼이 응답했던 소년 최양업, 꺾이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했던 청년 최양업 등을 기리며 그분 영성과 삶을 내면화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희망의 희년을 보내면서 교구 모든 신자가 늘 실천해 왔던 성체조배의 삶을 생활화하자”고 당부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성체의 신비와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는 신자가 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는 희망의 전도사, 희망의 선포자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2024∼2026년 사목교서에서 “2025년에는 친교를 위한 전례 중심의 일상생활,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계획 수립, 생태적 회개를 위한 계획 수립 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2025년 교구 설립 60주년을 맞은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는 “교구설정 60주년과 교황님이 선포한 희년을 맞이해 좋은 생각, 선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자”며 “하느님으로부터 놀라운 은총을 받은 것을 감사하며 우리도 이웃에게 사랑과 호의를 베풀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산교구장 서리 신은근(바오로) 신부는 “기쁨의 신앙생활을 위해 성체성사를 가까이하고 성체조배를 통해 살아계신 예수님 말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하루 15분의 성체조배와 성경을 가까이 두고 읽기를 권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2021년 발표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특별 사목교서에 따라 교구와 각 본당이 생태적 삶을 통해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길 청했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시노드적 요소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제뿐 아니라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하느님 백성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평화는 교회가 지향해온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며, 오늘날 세계 곳곳의 전쟁과 기후 위기 등 평화를 위협하는 현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구체적인 다가서기’를 실천하는 도구이길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장으로서 첫 사목 교서를 발표한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사목 지침을 통한 7년간의 신앙 여정을 제기하고 “처음 4년은 성경 말씀·기도와 성가·교회의 신앙고백·성체성사에 중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하고, 다음 3년 동안은 주님을 만난 기쁨의 열매인 친교·선교·사랑의 봉사에 역점을 두는 교회 공동체로 살자”고 당부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는 “2027년 서울 WYD를 앞두고 2025년 ‘군종교구 청년대회’ 개최를 준비해 젊은이들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고 깊게 믿으며, 신앙의 굳은 결단을 내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돕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을 신앙 회복과 성장을 위한 견진성사의 해로 설정해 영적 생명이 성장하는 해로 삼자”고 전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이하 대회)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이냐시오) 의원과 국민의힘 김상훈(베드로)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59명은 11월 7일 「2027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이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운영의 법적 근거와 대회의 원활한 준비·진행을 위한 특례조항을 담았다. 법률안이 통과되면 조직위 활동은 더 큰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안은 우선 대회 준비와 개최를 위해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조직위를 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조직위 요청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기부금품을 수집하는 데 있어 「기부금품법」의 특례조항으로, 자발적으로 기탁되는 기부금품을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조직위가 접수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제안했다. 또한 대회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법률이 요구하는 부담금 등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대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항들도 눈길을 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관한 특례를 규정해 많은 인파가 수도권과 다른 지역 간 이동하는 일정에 대응하도록 했다. 더불어 테러와 안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회 참가자 보건안전에 대해 적극 협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본대회가 서울시에서 열리는 만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권한 일부를 대통령령에 따라 서울특별시장에게 위임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이 밖에도 조직위의 자원봉사자 모집, 정부의 ‘2027 서울세계청년대회 정부지원위원회’ 설치, 대회 관련 시설을 짓거나 보수할 경우 필요한 사업비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조항이 있다. 법률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돼 각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본회의 통과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신자 국회의원 등 여야 불문 59명의 발의 의원을 모으면서 국회 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 형성에는 성공한 모양새다. 한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등 11명도 11월 19일 같은 제목의 법률안을 제출했다. 대회 종료 후에도 사용된 관련 체험장·전시관 등 시설을 각 행정기관의 장이 종교문화와 여가활동 활성화를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내용 등을 앞서 제출된 법률안에 추가했다.
“몸신학 피정을 통해 혼인 성소를 깨닫고 가치관을 정립하게 됐어요. 결혼을 고민하는 분들이나 예비·신혼부부에게 추천합니다.”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선교회(한국지부장 우기홍 미카엘, 담당 김태형 베드로 신부, 이하 ICPE)는 11월 22~24일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교육관에서 청장년 대상 ‘몸신학 시그널 심화 피정’을 열었다. 피정은 ‘성과 사랑의 의미’, ‘왜곡된 하느님의 상과 정체성’, ‘생명’, ‘성의 구원과 정결’ 등 청장년 관심사와 눈높이에 맞춘 강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높은 호응을 받았다. 몸신학 관련 피정을 세 번째 참가하며 신앙 속 결혼관을 배웠다고 말한 임현서(라파엘) 씨는 “평소 제가 성·사랑·생명에 대해 무지했다는 걸 알았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선영(세라피나) 씨는 “평소 교회 속 여성의 역할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피정을 통해 남성과 여성은 상하관계가 아닌 평등함 속 다른 존재라는 걸 배웠다”며 “성·사랑·생명에 대해 원론적인 가르침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면서 솔직하게 터놓는 내용이 많아 좋았다”고 밝혔다. 11월 23일 ‘혼인과 독신’에 대해 강의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강의에서 “우리는 감추려고만 하는 사회 속에서 잘못 배운 왜곡된 성 지식을 가지고 있어 진정한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다”며 “하느님은 서로 통할 수 있는 같은 인간을 협조자로 만드셨기에 오해와 소유를 넘어서 함께 일치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신부는 “우리 교회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한 경향이 있었는데 현대 사회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 낙태, 안락사, 체외 수정 등은 모두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침과 허무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요즘 유행하는 마음 챙김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나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ICPE 고문 최봉근(티토) 선교사는 “‘몸의 구조가 다른 남녀가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되는가’에 대해 하느님 뜻대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몸신학”이라며 “피정이 절대적인 진리에 목말라하는 청년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 생명위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이번 피정에는 신혼부부 등 14명의 교육생이 참가했다. 청년 대상 선교 단체인 ICPE는 이외에도 남녀 청·장년 신자 만남의 장인 ‘지저스 시그널’ 피정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참가자들이 혼인 성소를 발견하는 데 힘쓰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의료기관 다섯 곳이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함께 대응하기로 약속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현수 토마스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의료원장 노광수 그레고리오 신부), 부산가톨릭의료원(의료원장 김윤태 루카 신부) 부산성모병원과 메리놀병원, 청주성모병원(병원장 이준연 요한 사도 신부)은 11월 25일 오전 11시30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데레사관 세미나실에서 ‘가톨릭의료기관 협의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개 의료기관은 이날 ▲가톨릭 이념 실천을 위한 사항 ▲기관 운영과 경영에 필요한 정보 공유 ▲인적자원 교육 및 교류 ▲장비와 비품 등 물품 구입에 관한 협력 ▲기타 각 병원이 협력하고자 합의한 사항 등에 대해 함께 노력하기로 협의했다. 노광수 신부는 “우리 병원들은 하느님 백성답게 병원을 운영하고, 환자를 사랑과 섬김으로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 목적을 갖고 있다”며 “오늘 업무협약을 통해 서로 협조하고 우리 각자도 더욱 발전하는 그런 교회 병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신자분들이 모금으로 지원해 주신 노트북과 모니터, 정말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해 우리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잘 생활하도록 하겠습니다.” 11월 24일 자 「서울주보」 주교좌명동대성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소식 코너에는 목포 성모의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대학에 다니는 한 엄마의 사연이 실렸다. 본당의 ‘천원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가 되자’(이하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 지원을 받고 보내온 감사 편지였다. 이날 주보에는 11월 자오나 학교 후원에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도 소개됐다. 지원금 덕분에 기숙사 컴퓨터를 최신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본당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취지로 올해 2월부터 시작한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가 10개월 동안 23곳에 사랑을 전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뤘다. 본당은 11월 23일 오후부터 성당 마당에 설치된 게시판을 통해 천원의 사랑 실천 후원금이 전해진 곳을 표시하고 각각 얼마의 성금이 기부됐는지 공유했다. 매달 마지막 주일, 당월 모금 내용과 봉헌 사항을 공지해 왔지만, 그동안 신자들이 전한 전체 후원금 규모를 알리고 내년 희년 한 해 동안 이웃 돕기 노력을 더 열심히 해보자는 취지다.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는 매달 첫째 주일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1000원을 ‘천사 바구니’에 봉헌하면, 본당은 봉헌금의 10%를 추가한 성금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명동 밥집 후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3개 시설·단체에 정성이 전해졌다. 신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은 9934만원. 여기에 본당 지원액 10%와 기타 금액을 합친 총 1억1956만4300원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쓰였다. 별도의 ‘천사가 되어주세요 위원회'(위원장 서범석 바오로)를 구성해 후원 대상과 선정 작업을 진행했던 본당은 직접 후보 기관을 방문해 상황을 살펴본 뒤 위원회 전체 회의로 지원을 확정했다. 지원도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물품 또는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정 기탁하는 형식으로 해서 한 발 더 어려운 이웃 사정에 다가가려 노력했다. 신자들의 호응도 컸다. 시작한 지 5회째인 6월부터 모금액은 매달 천만 원을 넘어섰고 11월에는 1300여만 원이 모였다. 요즘은 기금을 모으는 ‘천사 바구니’에 1만 원권, 5만 원권도 다수 놓인다. 천원의 사랑 실천이 신자들에게 사랑 나눔과 복음 실천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조성풍 신부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처음에는 500여만 원이었던 모금액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숯불이 모여 커다란 숯불을 이루는 것을 체험했다”며 “모두의 관심과 참여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예수님 사랑 실천과 이웃 사랑 실천이라는 면에서 더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의 슬럼화된 공간이 본당 공동체와 만나 밝은 빛을 되찾고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주임 박성우 요한 사도 신부)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에 ‘서리풀정원’을 조성하고 지난 11월 10일 축복식을 가졌다. 성당 동편에 자리한 2400㎡ 면적의 녹지. 서리풀정원이 들어서기 전 벤치 몇 개가 놓여 있던 이곳은 성당 벽과 경부고속도로 방음벽에 가로막혀 밤에는 청소년들이 종종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있기 일쑤였다. 본당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서초구와의 녹지입양 협약식을 통해 서울시 1호 녹지입양 기관이 됐다. 녹지입양은 녹지에서 가까운 기관이나 단체에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본당은 협약에 따라 5년간 이 공간을 관리한다. 본당은 서초구의 지원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자리한 정원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했다. 신자가 아닌 주민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색채를 절제한 14처 조각을 세우고, 신자들에게는 십자가의 길에 대한 해설집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그동안 성당 안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던 신자들은 푸른 신록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 보다 깊은 교감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관리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교회가 지향하는 연대성 실현에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본당은 서리풀정원에서 시화전과 음악회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박성우 신부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주셨던 예수님처럼 성당의 공간도 누구나 와서 기도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리풀정원은 신자가 아닌 누구나 오셔서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혼 깊은 곳까지 위로하시는 세례의 물방울은 신의 손길이 닿은 위로였을까…. 세례받던 그날의 눈물은 지금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11월 15일 인천교구 서운동성당(주임 정인화 야고보 신부) 도서관 ‘빈숲’에서 열린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 ‘세례받던 날’을 주제로 한 모임에서 안명숙(마리아·인천교구 중3동본당) 씨는 30년 전 입교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묵상으로 신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힘겨웠던 안 씨가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딸아’ 하며 품어 주신 그분의 뜨거운 사랑에 그토록 눈물이 났었구나” 하고 고백하자, 신자들은 “자매님 덕에 우리를 부르신 하느님 숨결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은혜로움을 표했다.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은 신자들이 삶에서 발견한 하느님 신비를 글로 나누며 영적 힘을 주고받는 자리다. 2022년 3월부터 꾸준히 가져온 책 읽기 모임에 이어, 올해 10월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열리고 있다. 함께하신 하느님을 독서로만 어렴풋이 생각하는 걸 넘어 글로 고백함으로써 신앙 체험을 더욱 깊이 완성해 나가는 취지다. 신앙을 중심에 두지 않은 나눔과는 무엇이 다를까. 피상적 경험으로만 남겨질 수 있던 일화들에 하느님 현존을 덧입히는 ‘묵상’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빈숲 담당 조정옥(크리스티나, 필명 조연수) 시인은 “하느님이 빠진 상태로 자신을 돌아보면 기쁜 일에는 그에 대한 감사밖에, 고통에서는 아픔만 읽어내기 마련”이라며 “관계 안에서 신비를 찾고, 고통 안에서까지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오신 하느님을 발견할 때 비로소 극복의 믿음을 갖게 됨을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전했다. 신자들은 어렴풋한 감상이 글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다는 것, 그리고 서로 나누며 신앙을 견고하게 다진다는 것이 여느 모임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신부님의 찰고(察考) 때 틀리면 세례를 못 받을까 봐 걱정 반, 두려움 반, 떨림 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설렘 한 스푼.” 초등학생 때 입교한 백경하(데레사) 씨는 “세례받은 기억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분을 향한 ‘설렘’에 집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백 씨는 “그분을 잘 알기 전부터 뛰던 가슴을 묵상하자 신앙인이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며 “이렇게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글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만나라고 주신 선물인 것 같다”며 전했다. ◆ 미니 인터뷰 - 본당 도서관 ‘빈숲’ 담당 조정옥 시인 “책 읽는 공간 넘어 신앙 나눔 장소로" 조정옥 시인은 2007년 10월 도서관 ‘빈숲’이 개관한 이래 꾸준히 도서관을 지켜왔다. 그는 “사람들이 독서뿐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 속 하느님 숨결을 찾아주는 공간이 성당에 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조 시인은 주중에는 지역 도서관, 학교 등의 글쓰기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아마, 토마토」, 「가시가 자라는 방식」, 「침묵을 대하는 방식」 등 시집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빈숲지기’ 역할에 열정적인 이유에 대해 조 시인은 “글은 우리가 신앙을 깊이 있게 나누는 매개체가 되고, 도서관은 우리가 그런 글을 읽을뿐더러 쓸 기회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누구나 관계의 상처, 상실의 아픔을 떠안고 살잖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소회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고 솔직히 고백하게 되죠. ‘속생각’이나, 정돈되지 않은 감상만 내뱉게 되는 ‘말’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운영 및 관리 비용 문제로 빈숲이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이 ‘나눔의 공간’임에 공감하는 신부들과 신자들의 도움으로 빈숲을 지켜올 수 있었다. 덕분에 종교, 인문, 고전 등 8000여 권의 다양한 분야 도서를 소장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코믹북 「흔한남매」 시리즈 등 신간도 꾸준히 들어온다. 이러한 나눔의 연장선에서 ‘내 마음 한 문장 써보기’ 등의 모임을 열어온 조 시인은 “모임에서 나눈 글을 회보처럼 만들어 주보 간지를 통해 전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웃의 신앙 고백인 만큼 다른 신자들에게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더 큰 나눔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13년간 카페 운영 수익금 약 2억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온 본당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주임 김준철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은 본당 카페 ‘카페나루’의 수익금 1000만 원을 11월 11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명동밥집에 기부했다. 2011년 문을 연 카페나루는 그동안 노비따스 어린이 합창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에 누적 총 1억 8600만 원을 기부해왔다. 김준철 신부는 “가까이 있는 이웃들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명동밥집 기부를 결정했다”며 “춥고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우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며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카페 수익금 기부는 카페 봉사자들의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근 10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 카페나루 오혜미(세라피나) 회장은 “하느님께서 이어주신 끈끈한 공동체에서 오랜 기간 봉사하며 신앙심도 깊어졌다”며 “모아진 작은 정성이 뜻깊게 쓰여 보람있다” 말했다. 카페나루 윤현중(아폴로니아) 총무는 “신자분들께 맛있는 음료를 드리는 봉사만으로도 기쁜데 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니 더 힘이 나서 활동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웃 돕기로 이어지는 카페 이용에 대해 신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평소 카페나루를 자주 이용한다는 윤수년(아녜스) 씨는 “개인적으로는 기부할 기회가 적은데 공동으로 기부하니 정말 뿌듯하다”며 “명동밥집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포근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명희(데레사) 씨는 “신자들과 친교하고 기부까지 하게 돼 일석이조라 카페나루에 자주 온다”며 “우리의 기본 정신인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라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