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청년들이 활동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하느님과 깊은 만남을 위한 훈련인 교회 전통의 관상·묵상기도 교육과 피정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침묵 피정이나 기도교육 프로그램이 영성에 목마른 청년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는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지가 서울대교구 옥수동본당 부주임 김강룡(프란치스코) 신부와 함께 3월 6일부터 7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레드’(Threads)를 통해 약 140명의 청년 신자들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한 결과 79%가 영신수련과 같은 기도·묵상 피정에 참여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MZ세대 신자는 활동적이거나 재미있어야만 교회에 모인다”는 기존 인식과는 상반된 결과다. 응답자는 20대 초반부터 자녀를 가진 기혼 신자까지 다양했다. 특히 젊은 기혼자 중에는 학생 시절 대침묵 피정 등에 참가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이디 @soli_solsol는 “대학 시절과 사회생활 초기 침묵 속에 기도하는 시간이 간절했는데 주일에는 본당 봉사 등으로 바빠 참가해본 적이 없다”며 “주변 청년들도 피정에 관심은 있지만 정작 시간이 없다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럴 땐 본당 차원에서 피정과 교육을 추진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응답자 @hanijung14는 “본당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때 하루 피정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 “조용히 기도하는 것, 다 같이 기도하는 것 모두 좋다”, “스무 살 청년인데 시간이 된다면 꼭 가고 싶다”는 등 반응이 이어졌다. 예수회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와 전교 가르멜 수녀회 등의 수도회들은 이미 청년들을 대상으로 보다 심도있는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예수회는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 가르멜 수녀회는 아빌라의 예수의 성녀 데레사 가르침에 따른 가르멜 묵상기도를 교육한다. 최소 몇 달에 걸친 영성·기도 훈련을 요구하는 ‘긴 호흡’의 프로그램들임에도 꾸준히 참가자가 모인다. 예수회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 부대표 최준열(다미아노) 신부는 “참가자 수를 비교해 보면 봉사나 모임 등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에 모이는 청년만큼 교회 전통의 기도와 전례를 배우고자 하는 청년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며 “예수회는 활동적 프로그램과 예수회의 큰 자산인 영신수련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청년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교 가르멜 수녀회 ‘젊은이 사도직’ 담당 장지영(세레나) 수녀는 “MZ세대 청년들은 SNS나 유튜브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는 와중에도 결국 하느님과 만남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갈증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과거에 비해 과학의 발달로 유물론적 사고가 팽배한 현대에도 관상과 침묵피정을 원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아직 생활이 안정되지 않은 MZ세대의 생활 패턴에 맞춰 피정 과정을 압축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콘클라베>는 주연 랄프 파인즈의 훌륭한 연기와 교황청 정치라는 신비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흥행을 달리고 있다. 영화는 서스펜스와 경외감을 자아내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내며,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과 이 일의 중대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가 2025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영국 작품상을 포함해 주요 상을 휩쓸고, 미국 오스카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것은 놀랍지도 않다. <콘클라베>의 진정한 매력은 교황청의 가장 비밀스러운 의식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황이 없는 동안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항상 궁금해했다. 이제 이 영화 덕분에 더 이상 상상할 필요 없이 현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영화는 가톨릭교회를 묘사한 영화 중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교황 선출의 절차와 형식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교황 선출이라는 신성하고 비밀스러운 과정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영국 소설가 로버스 해리스의 2016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랄프 파인즈는 추기경단 단장인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 역을 맡아 정치적 음모와 개인적 야망이 얽힌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인물로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화려한 시스티나 경당과 선거 과정의 엄숙함, 차가운 대리석 내부, 그리고 각 투표가 미치는 심오한 신학적 및 정치적 의미는 영화의 몰입도를 더하게 한다. 랄프 파인즈는 로렌스 추기경을 연기하며 비록 파벌을 지지하지만, 너무 냉담하거나 지나치게 편향되지 않게 선거를 이끌어간다. 처음에는 ‘진보적인’ 벨리니 추기경을 교황 후보로 지지하지만, 벨리니 추기경의 무절제한 야망과 도덕적 용기의 결여를 깨닫고 결국 지지를 철회한다. 조연들은 각기 다른 이념적 관점을 잘 표현하여, 콘클라베 내의 내부 갈등에 깊이를 더한다. 각 추기경들은 교회의 미래에 대한 전통주의와 진보적 개혁 사이에서 다양한 시각을 드러낸다. 이 역동성은 신앙과 권력, 도덕성의 매혹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며, 관객은 각 투표에서 동맹이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 <콘클라베>에는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특정 후보들의 묘사는 특히 이탈리아의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의 경우처럼 캐리커처에 가까운 면이 있다.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연기한 테데스코 추기경은 가톨릭교회를 뿌리째 보수로 되돌리려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전통주의자로 묘사된다. 이탈리아 배우들이 종종 과도하게 연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그의 연기는 캐릭터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전통주의를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특성으로 그려낸 영화의 대본은 교회의 이념적 분열을 더 균형 있게 탐구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그 기회를 놓친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미국 후보인 트렘블레이 추기경은 너무 교활하게 묘사되어 심각한 후보로 보이지 않는다. 한때 유력 후보였던 이 흑인 추기경은 과거의 잘못으로 빠르게 신뢰를 잃는다. 스캔들과 정치적 음모는 이런 이야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는 특정 이념적 관점을 점차 배제하며 결국 ‘진보적인’ 결과로 이끌려가는 패턴을 따른다. 너무 잘 짜여 있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의 큰 결점 중 하나는 아시아의 시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아프리카 후보가 잠시 후보로 오르기도 하지만, 선거 과정은 전적으로 서구 후보들 사이에서만 진행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을 시작하며 아시아가 교회의 미래라고 선언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영화에서 아시아의 중요한 역할을 제외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는 교회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콘클라베 과정에서 아시아 추기경의 역할을 제외한 것은 교회 안에서 커져 가는 아시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크게 아쉽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맥을 잇는 겸손하고 개혁적인 교황을 뽑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향후 교회의 방향에 아시아교회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교회의 미래를 다룬 이야기에서 아시아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특히 필리핀, 인도, 한국 등 가톨릭 인구가 많은 나라들을 간과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교회의 글로벌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를 간과한 것이며, 서구 중심적인 시각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전쟁을 겪고 있는 가난한 지역에서 온 고빈 베니테즈 추기경의 등장이다. 이 예기치 않은 후보의 등장으로 콘클라베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이 장면은 영화의 계시적 순간으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오랫동안 고수해 온 가정들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만약 <콘클라베>가 20년 전 개봉되었다면, 이 전환점과 폭로는 혁신적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영화적 및 문화적 환경에서는, 진보적인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정치가 영향을 미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그다지 강한 충격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대신 흔히 접할 수 있는 틀에 머물러 있는 점이 아쉽다. 글 _ 크리스티안 마르티니 그리말디 UCAN 기자로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교회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했으며, 이탈리아의 주요 신문과 라디오 방송에 기고하고 있다.

2024년 하루에 40명 가까운 사람(39.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 수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26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통계청은 지난해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1만4439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자살자 수가 역대 최고였던 2011년 1만5906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살률 또한 2024년 주민등록연앙인구 기준 10만 명당 28.3명으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민등록연앙인구는 행정자치부에서 공표하는 연말기준 주민등록인구를 기초로 연앙(年央)개념으로 재작성하여 제공되는 자료로, 1년의 인구 중 그 해의 중간일인 7월 1일의 인구수를 의미하며, 출생률과 사망률을 산출할 때 주로 활용된다. 자살 사망자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연령대는 50대가 21.0%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40대(19.0%), 60대(16.5%), 30대(13.4%) 순이었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가율은 30대가 11.6%로 가장 컸다. 통계는 9월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서 확정 발표된다. 자살 사망자 수 증가로 ▲코로나19 이후 심화한 고립과 불안 ▲사회적 불평등 심화 ▲고령 인구 증가 ▲경기 침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치열하고 삭막한 사회 속 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교회의 역할도 논의된다. 물질보다 영적 갈증이 높아지는 지금 시대에 대해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우리나라가 물질적으로는 점점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며 “이는 빅터 프랭클 박사(1905~1997)가 말한 ‘실존적 공허감’이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 신부는 “생명 교육은 사목의 다양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사목 활동에서 가장 근본적인 교육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인간이 가진 영적 차원을 강조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희망을 영적인 가치에 둘 수 있도록 부단히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신부는 고독사를 거론하며 “의료 분야에서도 재택 의료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교회의 사목 방향도 찾아가는 사목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며 “소외된 이웃들을 사제나 수도자들이 방문하고 봉사자들 역시 함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살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본부장 오승원 이냐시오 신부)는 사순 시기를 맞아 자살 예방 모금 캠페인 ‘손 내밀어 봄, 마음 열어 봄’을 시작했다. 전 세계 공통으로 봄철에 자살률이 높아지는 ‘스프링 피크’ 현상을 방지하고 자살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열린 이번 캠페인은 3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정기·일시 후원이 가능하며 특히 3만 원 이상 정기 후원자에게는 ‘기적의 패가 달린 묵주 키링’을 선물한다. 후원은 홈페이지(obos.or.kr)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모금액은 자살 예방 교육, 유가족 돌봄 프로그램, 상담 및 지원 활동 등 다양한 자살 예방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 후원 우리은행 1005-380-307979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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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공정한 판결 내릴 것…존중하고 받아들여야”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 협의체인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 의장 진우 스님, 이하 종지협)는 3월 5일 ‘탄핵심판을 앞두고 국민들께 드리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우리 국민, 정부, 정치권 모두는 국가적 위기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하나 되어 나아갑시다’를 제목으로 한 입장문에서 종지협은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국무총리 탄핵소추 가결, 현직 대통령 구속과 내란죄 기소, 그리고 헌법재판소 심리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가 국가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국제적 신인도가 추락하고 경제적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들의 불안과 불편도 극심하다”며 현 상황을 깊이 우려한 종지협은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국민들 사이까지 깊은 상처로 번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종지협은 “헌법이 존재하는 한, 그 결론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절차의 힘으로 세워지는 것이며, 그 절차를 거부하는 순간 우리의 길은 막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최후의 보루로서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고 국민, 정부, 정치권 모두 그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며 “오직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종지협은 “대한민국은 위기의 순간마다 지혜와 품격으로 극복해 온 민족”이라며 “이번 시련 또한 우리 모두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화합과 안정,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합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이 땅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고 국민이 하나 되어 상처를 치유하며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입장문은 종지협 공동대표의장 진우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고경환 대표회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유교 최종수 성균관장, 천도교 윤석산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 등 6명의 공동대표 명의로 발표됐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대한민국, 하나 되어 나아갑시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무거운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가결, 현직 대통령의 구속과 내란죄 기소, 헌법재판소의 심리까지 이어지며 우리의 국가는 거센 소용돌이 속에 놓였습니다. 국제적 신인도는 추락하고, 경제적 손실은 날로 커지며, 국민들은 불안과 불편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국민들 사이까지 깊은 상처로 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양극화의 벽이 높아질수록 서로의 말은 점점 닿지 않고, 이해와 대화의 길은 좁아져만 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단 한 사람의 나라가 아니며,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온 나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최종 심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헌법이 존재하는 한, 그 결론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야 합니다. 민주주의란 절차의 힘으로 세워지는 것이고, 그 절차를 거부하는 순간 우리 모두의 길은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최후의 보루로서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 정부, 정치권 모두는 그 결정에 승복해야 합니다. 오직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다툼을 멈추고,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의 진영논리에 갇힌 극단적 주장을 멈추고, 국가적 위기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야가 서로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손을 맞잡을 때입니다.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서로를 미워하고 불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걸을 길을 모색하며, 오직 국민을 위한 정치에 몰두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위기의 순간마다 지혜와 품격으로 극복해 온 민족입니다. 이번 시련 또한 우리 모두의 힘으로, 그렇게 이겨낼 것입니다. 종교계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이 땅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기를, 국민이 다시 하나 되어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할 수 있기를, 우리의 민주주의가 온전히 지켜지고, 대한민국이 대통합을 이루는 그날을 위해 우리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가는 길, 그 길 끝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습니다. 2025년 3월 5일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 진 우(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공동대표 고경환(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공동대표 나상호(원불교 교정원장) 공동대표 최종수(유교 성균관장) 공동대표 윤석산(천도교 교령) 공동대표 이용훈(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공동대표 김령하(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주교회의 생태위, 제20회 가톨릭환경상 공모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가 제20회 가톨릭환경상을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공모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은 올해 공모 주제는 ‘기후위기 시대 플라스틱 문제 해결’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창조질서보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모집한다. 심사 기준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과의 부합성 ▲활동의 지속성 ▲활동의 내용적 깊이 ▲교회 공동체 혹은 지역 사회와의 연대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이나 본당 사제, 교구, 수도회 환경 담당 사제·수도자, 환경 관련 담당자, 교회 기관 기관장의 추천서와 주요 활동 내용이 담긴 서류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실사 인터뷰를 진행한 뒤 수상자를 결정한다. 가톨릭환경상을 수상한 지 5년이 지난 개인이나 단체는 재응모가 가능하다. 추천서 양식은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 알림마당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서류 제출은 이메일(cbckcee@cbck.kr)과 우편(04918 서울 광진구 면목로 74,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을 통해 가능하다. ※ 문의 : 02-460-7622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서울 동성중·고등학교, 서울 송파구로 이전

서울 동성중·고등학교(교장 조영관 에릭 신부)가 학교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교육 수요가 풍부한 서울 거여·마천뉴타운 일대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일반고로 전환한 이후 입학생 감소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보편적인 학령인구 감소세를 고려한 선제적 대응이다.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은 지난 1월 8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마천동 중고등학교 용지(약 2만3678㎡)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가톨릭학원은 인구 6만 명, 1만6000가구 규모의 신도시가 들어설 이 지역이 대규모 개발 사업 등으로 교육 수요가 풍부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전 지로 선정했다. 가톨릭계 중·고등학교가 없는 강남(송파구) 지역에 많은 학부모·학생이 입학을 원하는 가톨릭계 ‘선호학교’인 동성중고가 위치하면, 강남 지역 뿐 아니라 서울 전역 신자 학생들의 입학 문턱이 낮아진다는 기대 효과도 있다. 1929년부터 교사(校舍)를 뒀던 서울 종로구 혜화동을 떠나는 이유는 학생수가 줄어드는 종로구에서 학생 모집과 선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교육연보통계에 따르면, 종로구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019년 중학교 21.1명, 고등학교 24.5명이었으나 2024년 중학교 18.6명, 고등학교 21.5명으로 줄었다. 송파구의 2024년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중학교 24.2명, 고등학교 23.8명이었다. 전국적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이 많다. 한편 최근 여러 언론사의 보도와 달리 동성고등학교는 운영난을 겪고 있지 않으며 선호학교로서의 평판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학교들이 지원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급수 감축을 하는 것과 달리, 학급수도 자사고 시절 학급수(9개) 그대로이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여는 등 감축 없이 운영 중이다. 법인과 동창회에서 제공하는 장학금도 전교생의 25%가 받고 있다. 일반고 중 최고 수준이다. 자율형사립고 마지막 해인 2021년 172명, 일반고로 전환한 2022년 185명이 입학한 이래 올해까지 매년 입학생 수도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본격 교사 이전은 뉴타운 지역 재개발 상황, 서울시교육청과의 협의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203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관 신부는 2월 27일 발표한 ‘동성고 이전 추진 관련 기사에 대한 설명문’을 통해 “본교는 학교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향후 동성고에 입학할 학생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알려 이전에 따른 어떠한 어려움도 겪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전까지 현재 자리에서 높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며 학생들이 성장하고 행복한 명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간 「생활성서」,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 잡지’ 선정

예수의 까리따스수녀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생활성서」가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 잡지'에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잡지협회는 매년 4천여 종의 잡지를 대상으로 콘텐츠의 질, 편집 디자인, 발행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콘텐츠 잡지'를 선정한다. 올해는 총 9개 분야 130여 종의 잡지가 선정됐다. 「생활성서」는 가톨릭교회에서 발행되는 잡지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1983년 창간한 「생활성서」는 가톨릭 신앙과 삶을 깊이 연결하며 교회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또한 신앙적인 깊이를 넘어 사회적, 문화적 이슈에 대해 가톨릭의 시각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생활성서」는 “우수콘텐츠 잡지 선정과 함께 2025년 4월호로 통권 500호를 발간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며 “앞으로도 신앙과 시대의 사명을 반영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실질적이며 감동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고 온라인 독자와의 소통을 확대하며, 교리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생활성서사 대표 윤혜원(유타) 수녀는 “「생활성서」는 ‘말씀을 생활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처음의 목적을 꾸준히 이 시대에 비춰 실현해왔다"며 "앞으로도 더욱 깊이 있는 신앙 콘텐츠를 제공해 가톨릭 공동체와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종합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 하늘땅물벗 ‘탄소포집벗’ 창단

“저는 하늘땅물벗의 벗님으로서 당신께서 지으신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생태적 삶을 살기로 선서하오니, 당신 성령의 힘을 제게 주시어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 지난 3월 1일 서울대교구 구파발성당(주임 차동욱 시몬 신부)에서는 초등부 어린이 29명이 낭랑한 목소리로 어린이 하늘땅물벗 선서문을 낭독했다. 최초의 하늘땅물벗 어린이 단체로서 공식 활동을 개시하는 순간이었다. 어린이들은 이날 창단 미사를 통해 하늘땅물벗 사도가 될 것을 선서하고 단체 활동을 통해 생태적 삶을 성실하게 살 것을 다짐했다. 차동욱 신부는 선서문 낭독 후 회원들을 안수하며 환경 문제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작은 실천으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기를 격려했다. ‘탄소포집벗’이라는 이름은 어린이들이 직접 지었다. 산림과 생태계 보존을 통해 탄소를 포집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미래 기술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미다. 어린이들은 매월 마지막 주일 정기 회합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3월에는 성당 인근에서 플로깅 활동을 하며, 4월에는 숲 해설가와 함께 생태교란종 제거 작업을 할 예정이다. 자원순환 센터를 견학하고 성당에서 직접 분리배출을 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현장에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 관련 책이나 다큐를 읽고 보고 나누는 자리도 연다. 또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한 기도와 나눔도 이어간다. 탄소포집벗 출범은 무엇보다 생태적 인식 전환과 지속 가능한 삶의 실천을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찾는 시도라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평신도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은 2016년 서울대교구에서 인가받은 후 현재 서울과 인천, 제주 등 전국에서 90여 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성인 대상 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구파발본당의 탄소포집벗은 각 교구와 본당 어린이 환경 활동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동욱 신부는 “처음에는 학업으로 바쁜 어린이들이 참석할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많은 어린이의 참여를 지켜보면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린이들이 생태 환경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큼 깊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어린이 하늘땅물벗 창단을 시작으로, 해마다 더 많은 어린이가 지속적으로 생태 보전 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 ‘이주민과 동행’ 교육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상혁 요한 세례자 신부)가 3월 8일부터 3월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에서 이주민에 대한 선주민 인식 개선을 위한 ‘이주민과 동행’ 교육을 하는 가운데, 3월 8일 첫 강의를 열었다. 교육에는 이주사목에 관심 있거나 관련 직무에 몸 담고 있는 성직자·평신도들이 참석했다. 이날 ‘난민의 실태’를 주제로 강의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한국사회는 제도적·문화적으로 이주민에 대해 배타적”이라며 “한국이 1993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이래 난민 인정과 관련된 제도를 여러 차례 보완해 왔지만 ▲난민 인정의 절차와 처우 ▲심사를 받기까지의 복잡함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 ▲이의신청절차의 결함 ▲권리의 과도한 제한 등 측면에서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이 외에도 난민과 관련한 정책과 법원의 판례들을 지적하며 “난민에게 배타적인 문화를 국가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문화에 편승하는 모양새”라며 “이주민과 난민들을 외부에서 온 ‘타자’가 아니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사목위는 이날 강의와 더불어 ▲이주민 정책 및 현황(3월 15일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박사) ▲다문화에 대하여(3월 22일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 김정연 교수)를 올해 교육으로 준비했다. 마지막 주인 3월 29일에는 이주활동가 경험을 공유하고, 수료미사를 봉헌한다. 수료생들은 이주활동가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이주사목위원장 유상혁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올해 사순 시기 담화에서 이웃·공동체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그들과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사순 시기를 보내자고 하셨다”며 “올해 교육으로 한국에서 이주민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고 그들과 직접 만나며 사순 시기 동안 이주민에 대해 더 넓고 새로운 시선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