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교황청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봉사하는 것이지 그 관계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거쳐 1월 28일 AI의 올바른 사용 방향을 담은 문헌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ancient and new)을 공개했다.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AI의 발전과 응용에 대한 길잡이를 제공하기 위해 문헌을 준비해 왔다. 문헌은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교사의 현실적 존재는 학생과의 사이에 상호 역동성을 창조해 내고 이 역동성은 AI가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헌은 또한 AI가 활용되는 광범위한 영역을 사람 간의 관계성, 법률, 예술, 건강, 전쟁 등으로 분석한 뒤 특히, 교육 체계에서 AI의 역할을 깊이 다루고 있다. 문헌은 “만일 신중한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AI는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가치 있는 교육 자산이 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숙련된 지원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AI의 장점은 학생 개인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경우나 교육 자산이 부족한 경우 등에는 교육 체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문헌을 통해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경고하면서 “교육 분야에서 AI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학생들이 기술에 점점 치우치게 되면서 독립적으로 재능을 발휘할 능력은 축소되고 화면(Screens)만 바라보는 의존성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많은 AI 시스템들은 학생들 스스로가 해답을 찾거나 문서를 작성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대신에 단순히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교육은 젊은이들이 정보들을 대량으로 수집하고 빠르게 응답하라고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지적인 재능을 발휘해 도전에 나서도록 북돋아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것과 새것」은 아울러 교황이 AI를 주제로 발표한 2024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 내용을 인용해 “학생들은 AI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들과 자료들을 어떻게 식별할지를 배워야 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와 대학들은 학생과 전문가 그룹이 과학기술 발전과 사용의 사회적, 윤리적 양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AI 프로그램들이 편향되거나 조작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부정확한 자료를 믿도록 잘못 인도하거나, 더 나아가 교육 과정 자체를 침해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교육 분야에서의 AI 사용은 항상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제안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이처럼 과학기술이 빠르게 진보하는 역사의 교차로에 서 있는 가톨릭계 대학들은 희망의 연구실로 존재해야 하고, 신앙과 이성 간의 대화를 추구하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선에 봉사하는 AI를 윤리적으로 온전하게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옛것과 새것」 승인에 앞서 1월 20~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 참석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AI도 인간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며 “AI를 포함해 어떤 과학기술도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낸다면 진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이 열리면서 시작된 이번 희년은 2000년 희년에 이은 정기 희년이다. 레위기(25장 8절)로 그 의미가 거슬러 올라가는 희년은 1300년 시작됐다. 희년을 지내며, 그 역사적인 변천과 희년에 얽힌 주요 이야기를 알아본다. 보니파시오 8세 교황(1294~1303)은 1300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100년마다 한 번의 희년을 선포할 것이라는 내용의 교서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을 발표했다. 교회 역사상 최초의 희년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교황은 교서를 통해 “앞으로 100년마다, 경건하게 이(베드로·바오로) 대성당들을 방문하는 이들과 진실로 참회하고 고백하는 이들, 또는 앞으로 참회하며 올해와 100년마다 이러한 방법으로 참여할 이들에게 본인은 그들의 모든 죄에 대해 완전할 뿐만 아니라 더욱 너그럽고 가장 완전한 용서를 허락하며 앞으로도 허락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1343년 클레멘스 6세 교황(1342~1352)은 50년마다 희년을 거행한다고 정했다. 이후 1350년 제2차 희년이 거행됐으나, 교황은 프랑스 아비뇽에 감금돼 있었다. 때문에 이 희년은 교황 없는 유일한 희년으로 남았다. 우르바노 6세 교황(1378~1389)은 예수의 33년 공생활 기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50년 주기 희년을 33년마다 개회하도록 정한 후, 1390년을 ‘구원의 희년’으로 선포했으나 갑작스레 선종했다. 후임 보니파시오 9세 교황(1389~1404)은 이에 따라 제3차 희년을 치렀으나 다시 50년 주기 전통으로 복원해 1400년 제4차 희년을 열었다. 하지만 전염병이 유행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검은 희년’으로 기록됐다. 마르티노 5세 교황(1417~1431)은 1423년 희년을 두 번째 '구원의 희년'으로 거행했다. 1390년에 기념한 구원의 희년으로부터 33주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라테라노 대성당의 성문(聖門)을 여는 예식이 처음 시작됐으며, 로마 4대 성당 순례지가 완성됐다. 아울러 희년을 다시 50년마다 지내는 규정이 마련됐다. ‘성년’(희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제안한 이는 바오로 2세 교황(1464~1471)이다. 이와 함께 25년마다 성년을 거행하도록 했는데, 이 전통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데르 6세 교황(1492~1503)은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은 교황이, 다른 3개 대성당 문은 그가 임명한 3명 추기경이 열게 했다. 그리고 폐막하면 성문을 벽으로 막는 전례 규정을 정했다. 이 예식은 오늘날 희년의 본질적인 예식이 됐다. 로마에 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희년의 은사가 베풀어지도록 한 것은 율리오 3세 교황(1550~1555) 때였다. 교황은 지중해에서 해적들과 싸우는 군인들과 전쟁터에 나가 있는 모든 군인에게 로마를 순례하지 않아도 희년의 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밖에도 1750년 희년 때 베네딕토 14세 교황(1740~1758)은 성년의 은사를 받기 위해 반드시 영성체해야 한다는 규정을 덧붙였다. 한국교회와 관련이 깊은 희년은 1925년이다. 비오 11세 교황(1922~1939)이 기념한 이 희년 동안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를 비롯한 한국 순교자 79위가 시복됐다. 리지외의 아기 예수의 데레사가 시성됐고, 루르드 성모 발현을 목격한 베르나데타 수비루는 복자 반열에 올랐다. 1950년 희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1939~1958)에 의해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서 성모 마리아의 승천이 교의로 선포된 것도 기억할 만하다.
한국 속 중국이자 원조 짜장면 거리로 알려진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국철 인천역과 인천 제8부두가 가까운 이곳에 1866년부터 1871년까지 지속된 병인박해 순교사를 간직한 성지가 있다. 인천교구 ‘제물진두 순교성지’다. 진두(津頭)는 한자 그대로 나루터. 흥선대원군은 이곳 제물 나루터를 공개 처형장으로 택했다. 백성들의 왕래가 잦고 외국 선박들의 출입이 빈번한 이곳에서 서양의 종교를 받아들인 천주교인을 처형함으로써, 외세 배척의 뜻을 대외에 밝히고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서울 한강변 양화진두(절두산)와 더불어 많은 신앙인이 공개 처형된 곳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이곳은 2010년에야 순교 터가 규명됐고 2014년 순교기념경당이 봉헌됐다.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은 독특한 모습부터 눈길을 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공간에 세워진 경당은 아마도 한국교회의 성지 중 가장 날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15m 높이의 경당 외관은 하늘을 향해 피어오르는 꽃 모양이자 예수님께서 이곳에서 순교한 이들을 감싸는 두 손을 형상화하고 있다. 성지 입구에는 ‘위로와 자비의 주님’이 오른팔을 내려뜨려 순례자를 맞이한다. “내 손을 잡아라.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노라. 힘을 내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경당으로 들어서는 복도는 한두 사람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 복도 옆면으로 제물진두 순교자들의 초상이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나란히 걸려 있다. 이곳에서 순교한 이는 10명. 1868년 4월 20일 손 넓적이(베드로, 순교자들의 행적 증거자 박순집의 이모부)와 그의 부인 김 씨, 사위 백치문(요한 사도) 등 4명의 순교자가 도끼로 참수당했다. 박해는 신미양요를 전후한 1871년에도 이어졌다. 5월 6일 한국교회 최초의 세례자인 이승훈(베드로)의 증손자 이연구와 이균구가 미군의 배에 들어가 길 안내를 하려 했다는 죄로 순교했다. 5월 21일에는 이재겸(이승훈의 손자)의 부인 정 씨와 이명현(정 씨의 손자), 백용석, 김아지가 사학죄인으로 박해의 칼을 받았다. 두 손 가지런히 모은 성모님 바라보며 경당 안으로 들어섰다. 햇볕 머금은 십자가 스테인드글라스가 그 자체로 조명을 이뤄 순례자를 비춘다. 맞은편 벽면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 8,32)라는 성구와 함께 순교자의 모습을 담은 부조 작품이 있다. 박해 당시 제물진두 처형장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도끼로 참수당하는 순교자 모습 너머로 이미 천상에 올라 기도하는 순교자들이 그려져 있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초상과 배 한 척이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은 김대건 신부와 이곳 제물진두의 인연을 드러낸다. 1844년 부제품을 받고 조선에 잠시 입국한 김대건은 1845년 4월 30일 신자 11명과 함께 이곳에서 중국 상해로 떠났다. 교회와 제물진두의 인연은 또 있다. 경당을 나와 길을 건너면 인천 중부경찰서 앞 공원에 비석이 세워져 있다. ‘첫 선교 수녀 도착지 기념비’다. 기나긴 박해가 끝나고 종교의 자유가 찾아온 1888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도자 4명(프랑스인 2명, 중국인 2명)이 이곳 제물포항에 도착함으로써 ‘순교의 땅’ 조선에서 처음으로 수도 생활이 시작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다. 기념비에는 선교 수녀들이 배에서 내리는 장면을 표현한 청동 부조와 초대 원장 자카리아 수녀의 여행 일기 속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비석을 등지자 길 건너 제물진두 순교성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손을 내어 주시는 예수님이 멀리서도 또렷이 보인다. 예수님만 바라보고 사랑했던 이곳 순교자들이 천상의 기쁨을 얻은 것처럼…절망과 아픔의 역경 속에서도 늘 나에게 손을 뻗어 주시는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 손 맞잡을 수 있기를 고대하며 순례를 마친다. ◆ 순례 길잡이 제물진두 순교성지(cafe.naver.com/jemuljin,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40)는 순교자 10명의 넋이 서린 순교지이며, 1845년 4월 김대건 부제가 사제 서품을 받기 위해 중국 상해로 떠났던 역사적인 곳이다. 바로 뒤편에 자리한 인천교구 해안본당이 성지를 관할하고 있다. 2025년 희년을 맞아 인천교구가 지정한 전대사 수여 지정 순례지 중 한 곳이다. - 개방시간: 오전 11시~오후 4시(주일, 공휴일 휴무) - 미사: 월~토 오후 2시 - 문의: 032-764-4193(성지 사무실)
최근 언론을 통해 교황청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교회의 입장과 성경의 가르침을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방종우(야고보) 신부에게 들어봤다. 최근 각종 언론은 교황청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본 그리스도교인들은 ‘이제 교회는 동성애를 용인하고 옹호하기 시작한 것인가?’ ‘교회의 가르침이 변화된 것인가?’ 등의 의문으로 혼란스럽다. 먼저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이탈리아 주교회의 성직자 양성부의 「신학교를 위한 지침과 규범」 44항은 다음의 내용을 언급한다. “신학교 입학을 원하는 이들이나 교육 과정 도중에 발견된 동성애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 관해, 교회는 당사자들을 깊이 존중하면서도, 실제로 동성애 행위를 하는 사람들, 뿌리 깊은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또는 이른바 게이 문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신학교나 성품에 받아들일 수 없다. 사실 그러한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사람들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데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동성애 문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성품이 불가능하다는 단호한 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정반대되는 보도는 무엇 때문일까? 이어지는 내용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사제 후보자 양성의 목적은 독신 생활의 순결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 이 부분만 본다면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순결을 지킬 경우 신학교 입학이 가능하다고 왜곡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참고하면 이는 신학생 양성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자유와 책임에 대한 교육적 권고일 뿐이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주교회의 역시 “교도권의 규범을 되풀이하고 있으므로 언론의 해석은 올바르지 않다. 동성애자의 사제직 불허에 관한 규범은 변함이 없다.”(Avvenire, 2025년 1월 10일)고 즉각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확인 없이 악의적이고 왜곡된 기사를 보도한 국내 언론들 모습은 심히 유감스럽다. 그런데도 다음의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교황님께서는 최근, 동성애자들과 관련하여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는가?” “동성애자 축복이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교회 가르침을 분명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단 교회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과 동성애 행위를 하는 이들을 명확히 구분한다. 동성애 성향을 갖고 태어난 이들에게 교회는 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동성애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대한다. 이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목적을 결여한 행위이며, 성서에서도 이를 극심한 부패 행위로 단죄하고 있고, 하느님을 배척하는 슬픈 결과를 내는 것으로까지 제시되기 때문이다.” (「성 윤리상 특정 문제에 관한 선언」) 결국 동성애자 축복은, 성향이 있을지라도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며, 이는 결코 동성 커플의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동성애자 축복과 관련된 선언 「간청하는 믿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성애자 축복에 있어 “혼인성사에 고유한 축복과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그 축복의 형식에는 교회 권위가 예식으로 고정한 어떠한 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31항) 마지막으로 다음의 질문도 제기될 수 있다.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이 동성애자를 배척하시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받는 이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죄를 지었었다 할지라도 후에 회개한 이들, 주님을 따르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즉 하느님이 사랑이시라고 해서 모든 윤리적 죄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자비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선의 부재, 계명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러한 점에서 성향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주님을 따라 살고자 하는 이들만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대상이다. 만약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지 않으며 행위를 정당화하는 이들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행위를 하지 않는 성향만으로도 신학교 입학은 허가되지 않음을 교회는 분명히 해왔다. 동성애자의 특수한 성향이 죄는 아니지만, 그것은 내재적인 윤리적 악으로 기울어지는 다소 강력한 경향이기에, 그 성향 자체는 하나의 ‘객관적 무질서’로 인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뿌리 깊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서품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신학교 입학과 성품 허가와 관련하여 이들의 성소를 식별하는 기준에 관한 훈령」) 글 _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지난해 12월 21일 제6대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된 이성효(리노) 주교의 송별·감사미사가 2월 1일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됐다. 이성효 주교가 주례한 미사에는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총대리 문희종(요한세례자) 주교, 전임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와 교구 사제단, 교구 평협을 비롯한 각 본당 총회장과 평신도, 수도자 등 950여 명이 참례했다. 미사 참례자들은 사제로서 33년, 주교로서 14년 간 수원교구를 위해 헌신한 이 주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신자들은 미사 후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청에 이르는 길에 도열해 이 주교를 환송했다. 이 주교는 수원가톨릭대 신학생들이 부르는 송가가 울려 퍼지자 발길을 멈추고 신학생들의 노래에 귀 기울였고, 이 주교를 붙잡는 신자들의 인사에 하나하나 답하며 교구민과의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성효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무엇보다 수원교구 모든 신자, 사제, 수도자들이 “제 진정한 스승이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 주교는 “오랫동안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연구했지만 ‘착한 양들이 있는 곳에는 또한 착한 목자들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착한 양들로부터 착한 목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오산본당 신자들을 통해 비로소 그 말씀의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교회에 겸손하게 순명하는 신부님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착한 양으로부터 만들어진 착한 목자 신부님들을 저의 스승으로 모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성사전담 최재용 신부(바르톨로메오·성사전담사제)가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것 같다”며 눈물지은 일화를 전하면서 “시집가는 딸이 친정집에서 챙겨가듯이 저는 수원교구에서 ‘감사, 기도, 겸손’의 보화를 가지고 마산에 가서도 ‘수원의 딸’로서 잘 살겠다”고 말했다. 이용훈 주교는 “14년 동안 우리 교구 총대리 주교직을 수행한 주교님이 마산의 새 교구장으로서 목자 직분을 위한 준비가 잘 돼있음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다”면서 “이 주교님을 교구장으로 모시는 마산교구 신앙 공동체는 충만한 기쁨을 누릴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주교님을 마산교구로 보내드려야하는 저는 우리 교구 신부님들, 교구민들과 함께 그지없는 서운함과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며 “그간 교구를 위해 헌신하신 주교님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마산교구 최고 목자로서 주님 안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목하시며 하느님께서 맡기신 새로운 일에 풍성하고 알찬 열매를 맺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의 제6대 마산교구장 착좌식은 2월 12일 오후 2시 창원컨벤션센터 3층에서 거행된다.
제주를 사랑하며 제주 사람들의 벗으로 살았던 파리 외방 전교회 에밀 타케 신부(Emile Taquet, 한국명 엄택기, 1873~1952)를 기리는 노래가 세상에 나왔다.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총원장 백남일 요셉 신부)는 에밀 타케 신부 헌정곡 <벚의 벗>을 최근 공개했다. 작곡은 한장호(베네딕도) 신부, 작사는 김성(요한 세례자) 신부, 노래는 추계예술대학교 외래교수이자 에밀 타케 신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강정아(소화데레사) 씨가 맡았다. 헌정곡은 에밀 타케 신부가 제주에서 펼친 사목자로서의 여정과 제주에 대한 사랑을 경쾌한 리듬 안에 담아냈다. 작곡자 한장호 신부는 “에밀 타케 신부님이 바다와 한라산, 왕벚꽃 등 제주의 자연을 어떻게 보고 계셨을까 고민하면서 멜로디를 청했다”며 “자연을 사랑하고 생태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에 관심을 둬야 할 지금, 에밀 타케 신부가 지나온 여정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영성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벚의 벗>은 멜론이나 지니, 벅스 등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 혹은 내려받아 들을 수 있고, ‘BJBS 가톨릭 복자방송’ 유튜브(www.youtube.com/watch?v=PrptAKPWLik)에서도 강정아 씨가 노래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1898년 선교사로 조선에 온 에밀 타케 신부는 제주 서귀포 하논본당과 홍로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며 제주교구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특히 제주의 자연에 관심을 둔 에밀 타케 신부는 식물 1만여 점을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어 전 세계 박물관과 대학교에 보내 제주의 식물을 알렸다. 또한 한라산 해발 600m 지점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해 제주도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밝혔을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구상나무도 1907년 포리 신부와 함께 한라산 해발 1400m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제주도가 현재 감귤의 주요 생산지가 된 것 역시 에밀 타케 신부가 191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 있는 포리 신부에게 받은 온주 밀감 14그루에서 시작됐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신영호)는 4년 만에 발간한 「2024 북한종교자유백서」 발간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1월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2층 강당에서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2024년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하나원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면접조사한 내용과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발간했던 「북한 종교자유 백서」는 통일부가 2020년 이후 2023년까지 북한인권정보센터의 하나원 면접조사를 허용하지 않아 발간이 중단됐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북한의 종교자유와 인권 현황이 공유되는 자리인 만큼 북한 관련 연구자, 시민단체 활동가, 종교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여해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양수영 연구원은 ‘「2024 북한 종교자유 백서」 주요 결과’ 주제 발표에서 북한 내 종교의 자유가 거의 허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밝혔다. 양 연구원은 2007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조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종교자유에 대한 증언을 제공한 1만5169명의 구두 진술 기록, 종교박해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단행본·수기·논문·신문 기사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탈주민 중 96%는 북한에서 “성경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성경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경우도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지고’ 읽은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라는 책을 보았다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또한 조사 대상자의 98.6%는 ‘북한 안에서 종교 활동을 위한 합법적 가정예배 처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 연구원은 “북한 종교자유 실태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2045건의 종교박해 사건 가운데 65.8%에서 피해자가 사망, 구금,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에 참여한 대다수 북한이탈주민은 단순히 성경을 소지하거나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 혹은 종교인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는 구체적인 증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처벌 대상 종교에는 북한에서 제국주의 이념으로 간주되는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무속신앙과 같은 전통 종교까지 포함된다. ‘여리고미션’ 김스데반 대표는 ‘대북 선교 현황과 방향’ 발표에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중 특히 여성이 당하는 인권 침해와 중국에서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이들이 겪게 되는 처벌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북한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한 중국 내 북한이탈주민을 구출하는 활동과 비용이 과거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는 사실도 설명했다. ‘2024년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한 ㈜컨슈머인사이트 연구본부 박승표 이사는 “응답자의 65.5%는 평소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성별로는 남성의 72.1%, 여성의 59.1%,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79%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조사는 2024년 10월 7~13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종합토론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요한 사도) 소장은 “한국 종교계는 미래의 북한 선교를 준비하기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당하는 종교 박해와 순교자들에 관한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교구 박촌동본당(주임 이홍일 토마스 신부) 빈첸시오회는 12년 전부터 후원회원들과 본당 신자들에게서 수시로 저금통을 모아 지역 독거노인, 조손 가정,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겨울철 난방비를 지원하고 반찬을 나누는 성금을 마련해 왔다. 법적 가족관계 사유(부양의무자 유무)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보탬이 되고자, 있어도 쓰게 되지 않는 잔돈이라도 함께 보태는 나눔 실천이다. 6명의 활동 회원이 의기투합해 현재 11가구에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난방비 지원금을, 22가구에 매달 반찬을 손수 만들어 전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늘고 있지만, 석 달에 25만 원 남짓인 저금통 모금으로는 부족한 형편. 새 성당 건축 부채 상환 중인 본당 교우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매달 적자를 걱정해야 함에도 회원들은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의 처지를 헤아리며 의지를 다진다. “성당 주변에 오래된 빌라가 많아요. 겨울이면 한기에 속수무책이죠. 대부분이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겨울 냉골에 오들오들 떨고 계세요. ‘먹을 것 걱정할 판에 불이라도 안 때야 간신히 버틴다’면서요.” 회원들은 저금통 모으기 외에도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돕고자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수시로 미역과 참기름 등을 떼어다가 팔거나, 본당 신자들에게서 기부받은 헌 옷을 팔아 비용에 보탠다. 소수 활동 회원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지원에 나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회원들은 매번 하느님께서 이웃들을 통해 보태 주시는 기적 같은 도움들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이웃들에게 송편 몇 개씩이라도 빚어 나눠줄 수 있다면’ 하고 꿈만 꾸던 지난 추석에는 한 신자가 선뜻 송편과 함께 떡국떡과 웃돈을 얹어 기부했다. 김장 비용이 모자랐던 지난해 연말에는 배추밭을 경작하는 신자가 배추와 함게 쌀과 성금을 전달했다. 김도진(베네딕토) 회장은 “우리 이웃들 또 그들과 함께하는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듣고 계시며 뜨겁게 안아주시는 걸 매번 체험하기에 지치지 않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활동 회원 김정현(스텔라) 씨는 “난방비와 반찬을 전달하러 이웃을 방문하면 다들 단절감 호소를 많이 하는데, 활동 회원이 적어서 말벗까지는 길게 해드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교우가 빈첸시오회 활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후원: 농협 355-0047-6478-33(예금주 (재)인천교구천주교)
춘천 지역 종교계와 춘천시(시장 육동한)가 손을 맞잡고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나섰다. 춘천 지역 천주교 등 6개 종단과 춘천시자살예방센터는 1월 23일 춘천시청 접견실에서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6대 종교계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천주교를 대표해 춘천교구 사무처장 정영우(요한 세례자) 신부와 교구 문화홍보국장 겸 가정생명환경부장 김선류(타대오) 신부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앞서 종교계와 춘천시, 춘천시자살예방센터는 지난해 11월 간담회를 갖고 생명존중 문화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춘천시, 춘천시자살예방센터, 각 종교계는 생명지킴이 교육과 생명존중 문화 조성, 자살예방 캠페인, 자살 위험군 조기 발견 및 개입을 위한 연계 등에 협력하게 된다. 특히, 종단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자살예방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군종교구(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가 교구 내 다자녀 가정들을 축복·격려하며 출산 장려에 앞장서고 있다. 서상범 주교는 2월 2일 경기도 용인 선봉대본당 사목 방문 중 본당 신자 7개 가정에 다자녀 성가정 축복장을 수여했다. 교구는 서 주교 뜻에 따라 2024년 3월 27일부터 본당 사목 방문 시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들에 축복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로써 교구는 2024년 18개 본당 총 39개 가정, 2025년 선봉대본당을 포함한 2개 본당 총 10개 가정에 다자녀 성가정 축복장을 전달했다. 서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자녀는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느님 축복과 은총의 선물”임을 강조하며, 장병들에게 “꼭 결혼해 자녀를 많이 낳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제구호기구 사단법인 꿈나눔재단(이사장 신원건 대건 안드레아)은 1월 13일 네팔 찬드라기리에서 ‘네팔바람부 폴 직업기술학교’ 완공식을 개최했다. 꿈나눔재단 이사 서상진 신부(바오로·수원교구 광교1동본당 주임)의 기부금을 주축으로 설립된 네팔바람부 폴 직업기술학교는 네팔에서는 이례적으로 성 바오로의 영어식 표기인 ‘폴’을 넣어 학교명을 지었다. 4월 개교하는 학교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기술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전기과, 모바일 수리과, 오토바이 수리과, 이·미용과 등 4개 과정을 운영한다. 빈민가 학생들 총 120명이 신입생으로 선발됐으며 이들은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서상진 신부는 완공식에서 “교육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이 학교를 통해 네팔의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기술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원건 이사장은 “꿈나눔재단은 학생들과 가족들이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완공식에는 꿈나눔재단 제12차 네팔봉사대원들과 네팔 부통령, 찬드라기리시장,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꿈나눔재단은 네팔 포카라에 두 번째 직업기술학교 설립을 계획 중이다. ※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003-570954 꿈나눔재단